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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의 혁명, 동화에서부터
2001-07-19

<슈렉>의 원작자 윌리암 스테이그와 그림책 <슈렉!>

지난 몇 년간 한국영화의 신드롬을 이어간 <쉬리>, <JSA>, <친구> 3총사를 제외하고, <슈렉>만큼이나 평범한 주위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린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최근 본 100편의 영화 중에서 최고로 재미있다'는 평가를 서슴지 않고 내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슈렉>에 대한 긍정적인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이 우리나라에서도 재현될 것인지 자못 궁금했는데, 그 해답이 너무 빨리 나와버려 조금은 허탈해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들이 <슈렉>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시각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 점은 조금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여하튼 <슈렉>의 성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세계 영화계 아니 더 크게는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슈렉>은 컴퓨터 애니메이션이 셀 애니메이션에 대해 더 이상 콤플렉스를 가지지 않아도 되는 세상의 도래를 알리고 있으며, 동시에 20세기를 지배했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수많은 것들이 대한 도전이 할리우드안에서도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제프리 카젠버그가와 드림웍스가 개과천선을 해서 그런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수십 년간 지속되어온 현대 혹은 근대적인 것들과의 단절을 위한 시도들이 존재해왔음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특히 <슈렉>의 경우는 원작이 된 그림책의 그림자로부터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통해 <슈렉>이 원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드림웍스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원작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없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슈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원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여하튼 <슈렉>은 같은 제목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 그림책을 만든 사람은 <뉴스워크>지가 '카툰계의 왕'이라고 칭할 정도로 엄청난 경력을 가진 카투니스트겸 아동문학가인 윌리암 스테이그다. 윌리암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뉴욕의 잡지 <뉴요커>에 지난 1930년부터 무려 1600개의 삽화와 116개의 표지를 그렸다. 그의 그런 삽화들 중 일부만을 모아 출간된 책이 10여권이 넘는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삽화가인가를 잘 보여준다.

주목할만한 것은 다른 사람들은 은퇴를 생각할 61세의 나이에 아동도서를 만드는 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내 놓은 사실상 첫 번째 아동도서인 68년작 <음유시인 돼지, 롤랜드>(Roland the Minstrel Pig)는 깨달은 바가 있어 길을 떠나는 돼지 롤랜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 그러나 대부분의 매체가 '아동도서계로의 진출을 위한 테스트 그라운드' 이상의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아동도서에 대한 경험을 쌓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의 작품들은 연이어 찬사의 대상이 되게 된다. <실베스터와 마법의 자갈>(Sylvester and the Magic Pebble), <도미닉>(Dominic), <아벨의 섬>(Abel's Island), <드 소토 박사>(Doctor De Soto) 등 대부분이 아동도서계의 상들을 휩쓸었고,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2백만권이상이 팔려나갔을 정도다.

이런 과정을 거쳐 1990년 윌리암이 선보인 것이 바로 <슈렉>의 원작이 된 그림책 <슈렉!>(Shrek!)이다. 불을 뱉어내고 귀로 연기를 내보낼 수 있는 작은 괴물 슈렉이, 못 생겼다는 이유로 부모에게서 내쫓겨 자신의 부인이 될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그 내용. 그 과정에서 마녀와 용과 기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것을 깨닫고는, 결국 자신보다 더 추하게 생긴 공주가 자신의 사랑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는 것이 이 그림책의 핵심적인 메시지다. 그렇게 기존의 미추(美醜)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말하는 이 그림책에 대한 평가는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북 월드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어린이들은 행운아'라고 한 것은 그런 평가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여하튼 드림웍스는 그런 원작 <슈렉!>의 독특한 캐릭터와 핵심적인 메시지만을 가져와서 자신들의 이야기에 끼워 넣었다. 그 때문에 원작 <슈렉!>의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슈렉> 사이에서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디즈니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캐릭터에 관심을 가지고, 보편적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 그 속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몸집이 가벼운 드림웍스는 변하고 있는 세상에 재빠르게 적응을 하는데 성공한 것이고, 공룡 디즈니는 과거의 영화에 대한 미련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슈렉> 공식 홈페이지

http://www.shrek.com/

<슈렉> 한글 공식 홈페이지

http://www.cjent.co.kr/shrek/

윌리암 스테이그 공식 홈페이지

http://www.williamsteig.com/

PDI 스튜디오 홈페이지

http://www.p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