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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드라마, ‘부활’할까, <부활>

엄태웅의 열연 돋보인 <부활>, 마니아 팬들의 지지 뜨거워

<부활>은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이제 막 반환점을 돈 드라마를 두고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섣부를 수도 있지만 ‘마니아 드라마’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 낮은 시청률에 열혈 시청자의 뜨거운 지지가 딱 그런 모양새다.

첫 시작이 그리 암울하진 않았다. 지난 5월 <해신>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수개월 동안 수목 드라마 왕좌를 지킨 <해신>의 뒤를 어떤 드라마가 이을 것인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오랫동안 높은 인기를 누린 <해신> 때문에 같은 시간대에 맞붙은 여러 드라마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고, 그 영향에서 자유로운 ‘포스트 <해신>’ 드라마들은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갈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6월1일 같은 날 첫 방송을 시작한 <부활>과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정면승부는 흥미진진했다. 물론 많은 이들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우세를 점쳤다. 주인공만 놓고 봤을 때, 엄태웅은 김선아에 비해 한참 밀리는 상대였다. <부활>이 <해신>의 높은 시청률 후광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현재 모두 알고 있다시피 <내 이름은 김삼순>은 <부활>이 따라잡기에는 너무 멀리 가버렸다.

‘삼순이’가 승승장구할수록 <부활>이 ‘부활’할 가능성은 적어졌다. 대부분의 관심이 40%를 넘어 연일 올해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 쏠려 있기 때문에 <부활>이 그 큰 물결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10% 초반으로 시작한 <부활>의 시청률은 올라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은 채 9%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활>이 발휘하고 있는 힘은 시청률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다. <부활> 마니아들, 바로 ‘부활패닉’ 때문이다. 첫회 방송부터 열렬한 지지를 보내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겼던 이들은 <부활>이 ‘마니아 드라마’ 계보를 잇는 데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시청자 게시판만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7월7일 현재, <부활>의 게시물 수는 <내 이름은 김삼순>보다 3만건 정도 앞서 있다. 6월 말 방송 8회 만에 10만건을 넘어선 게시물은 현재 30만을 향하고 있는 상황. 결국 6일에는 게시물이 21만건을 넘어선 상태에서 새 게시판으로 교체되었다. ‘부활패닉’들은 새 게시판을 ‘쥬판이’(주니어 게시판)라 부르며 즐겁게 <부활>에 대한 사랑을 쏟아놓고 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가 방송되는 요일에만 집중적으로 시청소감이 많이 올라오는 것과는 달리 일주일 내내 게시판 열기가 뜨거운 것도 <부활>의 특징. “잘 짜여진 대본으로 하나하나 추리하는 즐거움이 엄청나다”, “뛰어난 연출과 대본, 배우들의 연기, 삼박자가 어우러진 부활의 늪에 빠졌다” 등 드라마에 대한 호평은 물론 제작진에 대한 칭찬 릴레이, 출석체크, 정모 계획 등 주제를 정해 게시판을 ‘놀이터’로 이용하는 것도 ‘마니아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활패닉’들은 <부활>이 방송되는 수·목요일을 ‘부활절’이라 부르는가 하면 극에서 중요한 단서로 사용된 ‘노란 주사위’ 공동 구매를 기획하고, 여러 포털 사이트 드라마 게시판과 심지어 <내 이름은 김삼순> 시청자 게시판에 “재방송으로라도 제발 <부활>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마니아’들의 애정공세는 이제 생소한 현상이 아니다. 특정 드라마에 대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가시화된 것은 1997년 방영된 <거짓말>이 시작이었다. 당시 <거짓말>의 시청률은 극히 낮았으나 이 드라마의 가치를 알아본 열혈 시청자들은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드라마 종영 뒤에도 정기적으로 상영회를 갖는 등 단순한 드라마 시청자의 태도를 넘어서는 적극성을 보였고 이로 인해 ‘마니아 드라마’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본격화되어 시청자의 활동 영역이 확장되면서 마니아 드라마는 계속 줄을 이었다.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드라마의 가치가 모두 평가되던 이전과는 달리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보이는 시청자의 평가와 반응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시청률은 비록 높지 않더라도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고 소수의 열성적인 팬을 만들어내는 드라마들이 마니아 드라마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마니아 드라마에 대한 평가가 높아져도 그것은 극히 일부 계층이 향유하는 문화로 치부되었다. 더 많은 대중에게 공감을 얻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태생적 과제이기 때문에 마니아 드라마는 사회적 영향력이나 파급력에 있어서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 멋대로 해라>를 거쳐 <다모> <아일랜드>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한국 드라마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들 덕에 ‘마니아 드라마’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이전에는 없었던 ‘힘’도 가지게 되었다. 출연했던 배우들의 가치를 높여준 것이 대표적인 예. <부활> 또한 엄태웅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웅사마’, ‘엄포스’라고도 불리는 그는 첫 주연작인 이 드라마에서 1인2역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며 시청자의 찬사를 받고 있다. “드라마는 망해도 엄태웅은 남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낮은 데 대한 해결책으로 <부활>은 지난 주말 그동안의 줄거리를 요약한 편집본을 방송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실제로 이 방송을 본 많은 이들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 가려 <부활>의 진가를 못 알아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것이 곧바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24부작인 <부활>은 8월18일까지 방송되기 때문에 7월 말 <내 이름은 김삼순>이 막을 내리고 나면 ‘부활’을 꿈꿔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SBS에서 김정은, 정준호가 출연하고 ‘제2의 <파리의 연인>’을 노리는 <루루공주>를 시작한다. 새로운 경쟁작도 만만치 않은 상대인 셈. ‘부활패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활>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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