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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정창화와 신성일의 만남, <허무한 마음>
이승훈( PD) 2005-07-07

<EBS> 7월10일(일) 밤11시45분

검은 가죽점퍼를 입은 주인공(신성일)이 서부영화의 건맨처럼 동네 어귀를 바람처럼 표표히 걸어오며 등장하는 타이틀 장면. 곧바로 이어지는 첫 장면에서 쑥대밭처럼 엉망진창이 된 가게를 정리하고 있는 노인에게 못 쓰게 된 물건값을 계산하라고 한다. 2주 안에 그 돈을 갚아주겠다며 자기 이름으로 달아놓으라고 한다. 금방 우리의 주인공이 의리의 사나이임을 눈치챌 수 있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 기우는 넝마주이들과 함께 사는 그들의 큰형님이지만, 나쁜 짓 하지 않고 사는 걸 그들의 신조로 삼을 만큼 의협심이 강하다. 그런데 어느 날, 기우를 키워준 베드로고아원의 원장 할머니는 죽으면서 기우의 생모가 부자인 만국(최남현)의 백합산장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기우는 생모가 만국에게 평생 굴복하고 살았던 사실을 알고 복수를 생각한다. 만국의 집을 수시로 찾아가 소란을 피우거나 그의 딸(문희)을 계속 따라다닌다. 그런 사실을 알고 말리기도 했던 기우의 생모는 어느 날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며 목을 매고 만다. 영화의 마지막, 만국의 동생은 기우의 생부가 만국임을 알려준다. 그 말을 듣고 생부에게 달려간 기우는 ‘아버지’라고 처음으로 불러본 뒤 집을 뛰쳐나가고, 넝마주이 동생들과 함께 방랑의 길을 떠난다. 그들의 뒤를 만국의 딸이 멀찌감치 바라본다. 60년대 극장쇼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솔발라드 스타였던 정원의 <허무한 마음>이 영화의 주제가로 쓰였고, 정원이 직접 노래하는 극장쇼 장면도 나온다. <철인>의 주인공이 결투 직전 두손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럼 기우도 결투 직전에 두손에 검은 가죽장갑을 끼고 결투장소로 간다. 액션 대가 정창화를 느낄 수 있는 액션장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단연 마지막 철길 결투장면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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