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기타를 앞세운 네댓명의 백인 녀석들’은 비틀스 이래 무수히 명멸해온 록 밴드의 표준 편성이다. 지미 헨드릭스(흑인), 앨러니스 모리세트(여성), 화이트 스트라이프스(혼성 2인조) 등의 방증이 ‘딴죽성 예외’로 여겨질 만큼,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진용의 백인 남성 밴드’는 록의 전형적인 꼴이기 때문. 요즘은 ‘마이크, 턴테이블, 컴퓨터를 앞세운 1∼2인조’의 공세로 예전 같진 않지만, 그렇더라도 ‘망해도 3대는 가는’ 부자들처럼 이 ‘지겹도록 익숙한’ 라인업에 부음(訃音)이 타전될 때는 아직 아닌 것 같다. 이를 증명하듯 영국이 자랑하는 두 ‘블루칩 록 밴드’의 신보가 화제다. 왕년의 ‘브릿팝의 제왕’ 오아시스의 6집 <Don’t Believe the Truth>(소니BMG 발매), 그리고 현재 영국 록 챔피언 콜드플레이의 3집 <X&Y>(EMI 발매) 말이다.
오아시스 신보에 대해 ‘오아시스는 오아시스다’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변함없는 자화자찬과 독설 그리고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선’ 온고지신 방법론 때문만은 아니다(후자와 관련해 롤링 스톤스,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의 ‘참조 곡’을 찾아보는 건 자연스런 수순). 초점은,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곡조 좋은 단순명쾌 로큰롤 사운드에 놓인다. 때문에, <Wonderwall> 등 ‘시대의 사운드트랙’을 만들던 1994∼95년 음반들엔 ‘아마도 당연히’ 못 미치지만, ‘그때 이후 최고’란 이구동성 평가를 받기에 충분한 음악들로 짜여 있다.
‘교실 뒷자리의 못 말리는 악동’ 같은 오아시스와 달리, ‘내성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모범생과(科)’인 콜드플레이는 신보 <X&Y>를 통해 ‘1990년대 라디오헤드의 후예’(post-Radiohead)에 관한 현재진행형 청사진을 선보인다. 이들은 한편으로 (기네스 팰트로의 남편이기도 한) 크리스 마틴의 감기 걸린 듯한 비음과 헛헛한 피아노를 중심으로 멜랑콜리하고 먹먹한 감성의 에토스를 견지(堅持)한다(<What If>). 다른 한편으로 1970∼80년대 전자음악을 새로 ‘수혈’하며 실험한다(<Square One> <Talk>). 하지만 이 음반은 ‘2000년대의 라디오헤드’가 걸어간 길보다는 U2가 ‘견지와 실험’의 균형을 꾀한 <Achtung Baby>(1991) 때의 절충적 태도에 가깝다. 그러고보면 U2풍 스타디움 록 스타일의 곡들이 꽤 자주 귓가를 스친다(<A Message>). 우연이라기엔 의미심장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