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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 좋은 재즈, Joshua Redman Elastic Band

유명한 부친에, 최고의 학벌에, 빼어난 외모에, 일찍이 세상이 인정한 작곡과 연주 솜씨까지, 모든 걸 갖춘 것 같은 뮤지션들이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이 그런 경우다. 색소폰 연주의 거장 듀이 레드맨의 아들로, 버클리 하이스쿨과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예일대에서 법학을 수학하던 1991년 ‘셀로니어스 몽크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차세대 기대주를 띄우는 음악 잡지들이 조슈아 레드맨 같은 ‘재료’를 놓칠 리 없었을 터, 곧 1990년대 가장 촉망받는 젊은 뮤지션(이른바 ‘young lion’)으로 그를 앞다투어 다루기 시작했다. 활발한 음반과 공연 활동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2000년대 들어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근거지를 옮겨 연례행사 ‘SFJazz Spring Season’의 음악감독과 조슈아 레드맨 일래스틱 밴드(Joshua Redman Elastic Band)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 중간 결산쯤 되는 음반이 최근 발매되었는데, 라이브 앨범 <SFJazz Collective>와 스튜디오 앨범 <Momentum>이 그것이다(Nonesuch/워너뮤직 발매).

조슈아 레드맨 일래스틱 밴드의 2집 <Momentum>은 재지한 훵크(funk) 앨범 또는 훵키한 재즈 앨범이다. 1분이 조금 넘는 트랙들이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데, <Soundcheck>가 ‘전채’(前菜)에 해당한다면 <Showtime>은 ‘디저트’에 해당한다. 그 사이에 재즈와 훵크와 록을 녹여낸(fusion!) 11곡이 자리하고 있다. 조슈아 레드맨의 색소폰, 샘 야헬의 키보드, 그리고 제프 발라드와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드럼 연주는 허비 행콕의 걸작 <Head Hunters>(1973)를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 재즈 퓨전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테너 색소폰 연주가 알싸한 느낌을 주는 <Sweet Nasty>, 소프라노 색소폰과 전기 기타가 어우러지는 <Swunk>를 들으며 몸의 들썩임과 추임새로 반응할 듯하다. 오넷 콜먼의 <Lonely Woman>, 레드 제플린의 <The Crunge>, 셰릴 크로의 <Riverwide>의 커버곡들은 흥미와 주목에 값하는 ‘선방(善防)한’ 트랙들. 창작곡과 커버곡의 황금비율, 재즈/훵크/록의 조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베이시스트 플리를 포함한 다양한 게스트 라인업 등 이래저래 구매욕을 끌어당기는 음반이다. 재즈 팬에겐 어쿠스틱 라이브 <SFJazz Collective>가 더 나은 선택일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