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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KBS ‘낭독의 발견’ 출연

“나에게도 젊은날이 있었어!”

감옥에서 쓴 시 등 낭독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헐벗고 굶주려도/결코 전전하지 않았다/돈벌이에 미친 자는/속이 비었다 하고/출세에 연연하면/호로 자식이라 하고…”(<젊은 날>)

길고 짧게, 또 높고 낮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지난 1일 오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통일문화연구소 소장 백기완 선생이 부르짖은 시의 한 줄기다. “나한테도 젊은 날이 있었어! 농민을 위해, 가난한 이를 위해 싸우던 젊은 날이 있었단 말이야!”라고 운을 뗀 터다. <낭독의 발견>이 백기완 선생을 운동가 아닌 시인으로 초대했다. 이날 녹화 분은 8일 밤 11시35분 한국방송 1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다.

1956년 강원도 삼척을 배경으로 한 <젊은 날>은 그가 1982년 감옥 독방에서 모진 고문으로 “꼭 죽을 것만 같은 때” 썼다. 호른·바순·클라리넷 등 가락에 어울린 목청소리는, 이어 “낚지 볶음 안주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와 “내 속옷의 하얀 서캐를 잡아주던 말없는 그 친구”, “강원도 탄광으로 뛰어들던 법학과 일학년 지금껏 아니 돌아오는 빛나던 눈의 그 친구”를 떠올린다. 마침내는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기완아/너는 늙을 수가 없구나/…/나는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는 자기 맹세로 맺는다.

‘육회의 날 것 같이 신선한’ 그의 목소리는 “저 풋것의 신비인 양/영혼의 그림자 드리운/백두산 천지” 를 읊조린다. 1980년 투옥 당시, 감옥 천정에 새겨 넣은 <백두산 천지>의 들머리다. “감옥에 있는 몸이지만 할 말은 해야겠기에” ‘겨레 사랑’을 숨죽여 노래했다. “몸이 시를 내보낸다”는 그의 고백은, 실제 체험이 생생히 기록된 작품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마지막 시는 <아, 나에게도>. 그는 “아, 나에게도/회초리를 들고 네 이놈/…/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이라고 자신을 돌아본다.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외골수의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속절없이 엎드러져/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한사코 소리 내어 꺼이꺼이 울어도 될/그런 밤이라도 한 번 있었으면.” 삶의 회한마저 느껴지는 대목에선 눈물이라도 쏟아버릴 듯한 표정이다.

“환호만 있고 감격은 없는” 시대를 걱정하며 그는 “우리 정서가 살아있는” 노래 <깊은 산 속 옹달샘>을 직접 부른다. “우리 겨레는 영원한 샘인 찬 우물을 지녔기에 ‘노나메기’ 세상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에서다.

백기완 선생의 시 <묏비나리>를 모태로 만들어진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 가수 문진오씨가 부르는 시간도 마련됐다.

사진 <낭독의 발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