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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주년 맞은 ’피디수첩’ 최승호 피디
윤영미 2005-06-02

“탐사저널리즘으로 성역 깨겠다”

“좀 더 낮은 곳의 힘없는 국민들을 돕고, 좀 더 높은 곳의 거악들을 치는 심판자 역할을 하기 위해 칼날을 벼리고 있습니다.”

방송 15주년을 맞은 문화방송 시사 프로그램 <피디수첩>의 최승호 책임프로듀서는 “한편으로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서, 또 한편으론 다른 언론에 의해 견제받지 않는 성역들을 계속 고발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주요 쟁점으로 중심 이동 재미요소 줄어 고민 종교친일파 규명 검토

지난 1990년 5월8일 첫 전파를 탄 이 지난달 31일 제636회로 방송 1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62명의 프로듀서들이 거쳐간 이 프로그램은 지난 3월 말부터 문화방송 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승호 피디가 책임프로듀서와 진행을 동시에 맡고 있다. 31일 오전 문화방송 사무실에서 최 피디를 만났다.

최 피디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100회를 넘기기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피디수첩>이 나름대로의 위상을 가지면서 15년간 계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자세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초심’에 대해 <피디수첩>의 탄생 배경과 연관지어 설명했다. “80년대 후반에는 사회문제를 다룰 만한 창이 없이 시사교양 프로듀서들은 미담 위주의 휴먼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정도로 역할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역할이 한국 사회가 살 만한 곳이라는 기득권층의 논리를 대변해 주는 것 아니냐는 피디들의 자괴감과 답답증으로 인한 욕구가 분출되다가, 노동조합 설립과 함께 언론 민주화 운동을 펼치면서 우리 사회의 진실을 담아내는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뜻이 모아져 <피디수첩>을 시작하게 됐다.

최 피디는 15년의 세월 동안 <피디수첩>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모든 게 새로운 아이템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1분30초짜리 뉴스가 전부였는데, 20~50분씩 심층적으로 시사적인 소재를 다뤄 호응을 받았습니다. 초반에는 흥미 위주의 가벼운 소재도 다뤘지만, 요즘은 정치권력, 재벌, 미국, 언론권력 등 핵심 성역을 비판하는 아이템이 많이 늘었어요.” 초기엔 비판하기는 쉽지만 다소 주변적인 문제들을 다뤘다면, 비판하긴 까다롭지만 중요한 문제들로 중심이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제작진의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고 최 피디는 털어놓았다. 핵심 성역을 다루는 아이템들이 시청자들에게 쉽게 재미를 줄 수는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하지만 그는 “흥미 위주로 갈 생각은 없으며, 취재력과 심층적인 탐사 저널리즘으로 돌파하겠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최 피디는 계획 중인 아이템에 대해 “그동안 친일파 문제를 계속 다뤄왔지만, 종교분야의 친일파는 한 번도 다루지 않았다”며, “이 문제도 짚어 봐야 할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