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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시초, <샤프트>

<EBS> 6월4일(토) 밤 11시40분

흔히 흑인 선정영화라고 불리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무비’(Blaxploitation Movie)의 탄생은 1960년대와 70년대 미국사회 분위기와 맞물린다. 당시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흑인 관객을 겨냥한 (당시 미국 관객층의 4분의 1은 흑인이었다고 한다) 일군의 영화들을 이익을 남길 목적으로 만들었다. 마틴 루터 킹이라는 정신적 지도자를 만났던 당시 흑인들은 인권운동이나 인종차별 반대, 그리고 정치적 저항의 기운을 접하고 있었으며 이 분위기는 영화까지 옮겨졌던 것이다. <샤프트>는 흑인 선정영화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아이작 헤이스의 주제음악으로 유명한 <샤프트>는 이후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등장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 등 B급영화에 열광하는 후배감독에게 큰 영향을 행사한 작품으로 기록된다. 할렘가의 사립탐정 존 샤프트가 암흑가의 두목 범피로부터 납치된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샤프트는 흑인 범죄자들로부터 완전한 신뢰를 받는 인물도 아니며 백인들 경찰 조직과도 끈이 닿아 있다. 납치사건을 두고 흑인사회의 내막을 알지 못하는 뉴욕 경찰은 샤프트의 행동만을 예의주시한다. 그들은 샤프트 없이는 사건의 정황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미국의 청년영화는 <이지 라이더>나 <보니와 클라이드>처럼 반영웅적 주인공을 내세우는 경향을 보였다. 법을 무시하는 인물을 부각하면서 새로운 문화, 라는 당시 청년 관객층의 바람을 대신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샤프트>에서 주인공 샤프트는 이전까지 할리우드에서 사랑받았던 전형적 영웅과는 거리가 있다. 그는 가죽옷을 즐겨 입으며 기존 질서, 특히 백인 중심의 질서에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샤프트>는 흑인의 섹슈얼리티를 스크린에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화로 기억되기도 한다. 거친 액션을 소화하면서 갱단과 정면 대결을 서슴지 않는 등 영화 속 샤프트는 남성적 매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 백인 여성과 입을 맞추는 샤프트라는 인물은 당시 평단에서 “흑인을 최초로 관능적 인종으로 묘사한 영화”라는 호평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아웃사이더이자 암흑가를 주름잡는 주인공의 이미지는 흑인 선정영화가 쇠락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 시대가 바뀌면서 관객이 좀더 세련된 주인공의 모습을 열망하게 된 것이다. 영화를 만든 고든 파크스 감독은 사진작가와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적이 있다. <샤프트>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그는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했는데 1980년대 이후엔 TV시리즈 등을 연출했다. <샤프트>는 2000년에 새뮤얼 잭슨 주연의 영화로 새롭게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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