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여 바쁜 강연일정을 소화했던 하스미 시게히코가, 지난 5월25일 필름포럼에서 한국의 영화광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존 포드와 그의 대표작 <웨건 마스터>에 대한 간략한 강의를 진행했다. 도쿄대 총장을 역임했고, 구로사와 기요시, 아오야마 신지 등을 지도한 하스미 시게히코는 다양한 문화·영화평론서를 저술한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평론가. 존 포드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던 하스미는 존 포드와 장 마리 스트라우브-다니엘 위예의 연결고리로 강연을 시작했다. 언뜻 미국의 건국신화인 서부영화의 신화와 정치적 아방가르드 영화의 기수는 서로 극단에 서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1975년 뉴욕을 방문한 스트라우브-위예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영화가 존 포드의 작품들이었으며,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숏의 편집에서 둘은 서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영화인 한 걸작이든 그렇지 않든 모두 보는 것이 중요”하며, “가장 미국적인 작가인 존 포드의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미국인이 아닌 우리의 몫”이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생각이기 때문이다. 하스미는 흔한 추격신이나 결투신이 등장하지 않는 느린 움직임의 서부극, <웨건 마스터>에 대해 “존 포드 자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사치스런 실험영화”라고 정의했다. 또한 존 포드가 평소 사용하던 제작비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만들어진 <웨건 마스터>는 일종의 B급영화이며, “평소 B급영화에 어울리는 러닝타임이 90분이라고 말했던 장 뤽 고다르의 <네멋대로 해라>의 길이는 90분이다. 86분으로 <웨건 마스터>를 완성한 존 포드는 4분 차이로 고다르를 이긴 셈”이라는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18살의 아오야마 신지 감독이 존 포드의 <The Long Gray Line>를 극장에서 보며 큰소리로 울고 난 뒤, 영화감독이 될 것을 결심했다”는 일화를 들려준 하스미는, “존 포드의 영화는 고전이 아니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영화로 보아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필름포럼에서 일본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 강연
“존 포드의 영화는 고전이 아닌, 새로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