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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톤 우울, 처연한 서정, 티어라이너 데뷔작

티어라이너 <작은 방, 다이어리> + <Letter from Nowhere>

2004년 라이선스 발매된 일본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앤드 고로(Naomi & Goro)의 <Presente de Natal>은 작은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한편으로 한여름(!)에 발매된 ‘보사노바 캐럴(!)’ 음반이었다는 점, 다른 한편으로 한국 인디 밴드들의 겨울 노래를 담은 EP <Winter Songs for Nostalgia>가 보너스로 실려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보너스 EP의 히든 트랙 <Novaless>의 주인공, 티어라이너가 최근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박성훈의 원맨 밴드인 티어라이너의 데뷔작은 특이하게도 2종으로 나뉘어 동시 발매되었다. 하나는 국내에서 홈레코딩으로 만든 <작은 방, 다이어리>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에서 녹음한 <Letter from Nowhere>(이상, 파스텔뮤직 발매)이다. 먼저 <작은 방, 다이어리>. 어쿠스틱 기타 소품인 첫곡 <Lublic>이 비온 다음날 아침을 청명하게 찍은 슬라이드 사진 같다면, 이어지는 <Rain Become Tears>는 그 사진을 스캔하여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에서 흐림 효과(blur) 필터 처리한 이미지 파일 같다. 좀더 우울하고 거친 모드로 ‘후보정’한 듯한 <Watch the Star>와 <Novaless>는 서정적 사운드에 이펙트 처리한 까칠한 보컬을 얹은 중독성 넘치는 트랙들인데, 특히 <Novaless>는 반복에 의한 감성의 극대화와 처연한 우울을 빼어나게 갈무리한 곡이다. 그외에 벨 앤드 세바스천풍의 <Cushion Babe>, 푸른 새벽의 한희정이 듀엣으로 참여한 <Hide Again>,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을 떠올리게 하는 <너를 보며> 등이 담겨 있다.

브릿팝, 기타 팝, 얼터너티브 록, 슬로코어 등을 절충한 <작은 방, 다이어리>가 티어라이너 본연의 서정적 선율과 무드를 강조한 음반이라면, 일본 녹음반 <Letter from Nowhere>는 볼륨을 낮추고 템포를 절제한, 차분하고 담백한 음반이다. 스윙잉 팝시클의 미네코 후지시마가 매력적인 보컬을 들려주는 듀엣곡 <Love Song>은 티어라이너의 음악 가운데 가장 밝고 낭만적인 순간을 선사하는 곡일 듯. <작은 방, 다이어리>와 <Letter from Nowhere>는 올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한국 인디 음반에 해당할 음반이다. 다만, 영어 가사로 된 곡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글 가사로 된 곡이 상대적으로 어색하게 들린다는 점은 티어라이너에게 과제처럼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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