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수 사랑가>는 <춘향전>과 <심청전>을 묶어서 각색한 뮤지컬이다. 눈먼 아버지와 딸의 애틋한 정,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사랑, 권력을 가진 자가 개입한 삼각관계. 겹겹의 감정과 비극을 쌓아가는 <인당수 사랑가>는 두 고전의 정수만을 추출해서 새로운 러브스토리를 창조한 것이다. 벅찬 시도일 수도 있었겠지만, 드라마의 도약을 감싸안는 노래 덕분에 <인당수 사랑가>는 비가(悲歌)를 듣는 것처럼 마음을 쏟게 만든다.
눈먼 아버지 심봉사를 모시고 사는 춘향은 아버지의 배려로 모처럼 단옷날 그네를 타러 나온다. 사또의 아들 몽룡은 그네 타는 춘향을 보고선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사또의 노여움을 피해 춘향과 달아나려 하지만, 끝내 생이별을 하고 만다. 홀로 남아 몽룡을 기다리는 춘향. 새로 부임한 사또 변학도는 아름답고 성정 곧은 춘향에게 반해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옥에 갇힌 심봉사의 안위까지 볼모로 잡는다. 끝내 혼인을 거부하던 춘향은 변학도로부터 과거급제한 몽룡이 사대부 가문의 여인과 혼인했다는 소식을 듣고 몽룡과 가약을 맺었던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관람했다는 사실 덕분에 유명세를 얻은 <인당수 사랑가>는 정치가의 찬사보단 공들여 빚은 인물과 보기 드물게 지순한 정서를 눈여겨보아야 하는 작품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변학도. 그는 청춘의 사랑이 덧없고 청춘의 한때가 꿈처럼 짧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 앞에서도 분노 대신 탄식을 뱉는 남자다. 원하지 않았지만 악역이 되고만 남자. 그를 탓할 수 없으므로, 목숨을 끊은 젊은 연인의 비극은 어찌해도 피할 수 없었던, 불가항력의 운명이 되고 만다. 흔하고 흔한 신파가 아니라 묵직한 슬픔이 되는 것이다. 상여꾼들이 춘향과 몽룡을 위해 부르는 저음의 진혼곡은 <인당수 사랑가>를 감정의 스펙터클이라 할 수 있는 경지로 끌어올린다.
<인당수 사랑가>는 연극원 출신의 젊은 인력들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고전적인 구조를 취하는 듯하다. 그러나 해설 역을 맡은 도창이 때로는 관객이 느낄 법한 감정을 대신하거나 인형을 사용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방식은 눈에 띄지 않아도 새롭고 창의적이다. 이들은 재능을 과시하기보다 절제하는 듯하다. 복고의 감정에 편승하거나 공허한 형식으로 예술이라 주장하는 요즘, 만나기 힘든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