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포토 갤러리마다 ‘야경’(夜景) 코너가 있다. 밤 늦도록 총총히 불 밝힌 빌딩 숲, 자동차 불빛의 긴 자취가 담긴 도로나 다리, 성긴 불빛들이 무덤처럼 펼쳐진 주택가 등 야경 사진이 다수를 이루는 도시의 밤 풍광을 일별하다보면, 도시는 ‘이 시대의 자연’이란 생각이 든다. 도시 아이들의 감성을 예민하게 자극하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자연.
프랑스 일렉트로니카 프로젝트 M83의 3집 <Before the Dawn Heals Us>(EMI 발매)는 전형적인 마천루(摩天樓) 야경 사진을 커버로 싣고 있다. 특이한 건 이들의 2집 <Dead Cities, Red Seas & Lost Ghosts>(2003)의 경우 시쳇말로 ‘들판에서의 시체놀이’ 이미지가 커버였다는 점. 혹시 음반 커버의 컨셉 변화(낮에서 밤으로, 들판에서 도심으로)가 음악의 변화를 반영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정도 그렇다. M83의 음악을 영미권에 성공적으로 알린 2집이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과 탠저린 드림의 전원적 결합’이란 평을 받았던 걸 상기하면, 이번 3집은 ‘전원적’ 혹은 ‘목가적’이란 표현 대신 ‘도회적’이란 수식어가 적절해 보이기 때문. 예컨대 기타 피드백 노이즈가 범람하는 <Fields, Shorelines and Hunters>나 광포한 노이즈와 리듬이 내달리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는 도시에서의 악몽 같은 삶의 사운드트랙으로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M83 음악의 ‘골격’이 달라진 건 아니다. 앞서 말한 셈이지만, 일렉트로니카와 프로그레시브 록을 한축으로, 슈게이저/드림팝과 노이즈 록을 다른 한축으로 삼아 뒤섞는 방법론은 변함없다. 이는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의 상보적 결합 또는 유럽 대륙산 일렉트로니카와 영국산 (네오)사이키델리아 록의 결합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음반을 들을 때, 마이 블러디 밸런타인, 지저스 앤드 메리 체인, 스톤 로지스, 소닉 유스, 스피리추얼라이즈드, 탠저린 드림, 에어, 장 미셸 자르, 반젤리스,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 등이 이인삼각으로 머릿속에 명멸하는 건 그 때문이다. 물론 ‘따라쟁이’보다는 ‘창조적 온고지신(溫故知新)’ 느낌에 가깝다. 사진으로 비유하면, 노이즈 감쇄 기능을 꺼놓고 찍은(또는 고감도 필름에 촬영한) 거친 야경 사진 같은 음반이다. ‘노이즈 포비아’에 환영받긴 어렵겠지만, 노이즈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아는 이들에게 중독성이 강할 것이란 얘기다. <Farewell/Goodbye> 같은 곡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들릴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