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에 가면 ‘안용복 장군 충혼비’가 있다. 조선 숙종 때(1696년)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다짐받은 안용복을 기린 것이다. 일본 쪽은 그동안 안용복이 조선 땅이라고 밝힌 섬 가운데 독도가 있는지 명확치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최근 일본 시마네현의 한 지역신문 보도를 통해 “당시 안용복이 독도가 조선 땅임을 분명하게 밝혔음을 보여주는 고문서가 발견”된 사실이 알려졌다.
시간 여행 등으로 쉽고 재밌게
독도 문제를 두고 한·일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요즘, 300여년 전 안용복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가 교육방송에서 만들어진다. 평민 안용복이 독도를 지켜내며 ‘독도 장군’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은, 창사특집 4부작 <독도 장군 안용복>(정서원·이수현 극본, 이주희 연출)이 오는 6월20~23일 저녁 7시25분 방영된다.
드라마는 오늘날의 초등학생 남매 현정(김희정)·현빈(이인성)의 울릉도 여행으로 시작한다. 이들 남매는 역사학자 아버지(정원중)를 따라 울릉도에 갔다가 시간의 동굴을 통해 조선시대의 안용복(박진성)을 조우한다. 남매는 스님 뇌헌(선동혁)을 설득해 안용복과 박어둔(김명훈)을 구출한 뒤, 안용복에게 한-일 외교관계에 대해 조언하며 독도 수호를 돕는다.
이 드라마는 독도문제를 외교적 시각에서 바라보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풀어간다. 그러면서도 눈높이를 낮춰 쉽게 다가간다.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현정·현빈 남매를 등장시켜, 화석화된 과거의 역사를 살아숨쉬는 오늘의 역사로 탈바꿈시키려는 의도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주목적이 있다. 대본은 <숙종실록> 등 한·일 역사기록과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했지만,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구성과 인물 중심의 극 전개를 통해 딱딱한 사극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이주희 피디는 “어린이·청소년 등 시청자들이 직접 동참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어른들이 즐겨보는 사극에, 아이들이 동일시할 대상이 필요해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정서원 작가는 “<숙종실록> 등 기록에 남아있는 실존 인물과 나머지 가상 인물들 중심으로 극이 진행된다”며 “현실과 과거 넘나드는 구성으로 딱딱하지 않고 재밌게 만들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보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장편 어린이 역사극 준비”
한편, 교육방송은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어린이·청소년 드라마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명동백작> <지금도 마로니에는> 등 기존 문화사 시리즈가 교육방송의 위상과 이미지 제고에는 기여했으나, 대중적 흡인력을 얻는 데는 미흡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권영만 사장의 취임 뒤 최근 임원진이 대폭 교체되면서, ‘시청률에도 이제 신경을 쓰자’는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도 드라마 제작을 거드는 형국이다.
류현위 교육방송 드라마팀장은 “하반기에 역사 인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50~100부작 규모의 어린이 역사 드라마와 ‘왕따’ 문제나 ‘청소년 성’ 문제를 소재로 한 미니시리즈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