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지. 사는 것, 내 뜻대로, 원하며, 사는 것.”(<들꽃을 보라>) 나만 그런 건가. “나를 둘러싼,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사람들은 즐겁다>). “눈발은 몰아치고”, “저 멀리 봄이 사는 곳”에 닿을 수는 있을는지(<오, 사랑>). “나는 이렇게 너무 또렷이도 기억하고 있는데 무심하게도, 그대 눈빛은, 언제나 나를 향하지 않”는다(<사람들은 즐겁다>). 그런 생각이 들 때, “헐벗은 나무, 모두 보낸 가벼운 가지들을 보며” 마음도 투영해보고 지혜도 얻는다(<이제 더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이런 내 맘 아는지….”(<삼청동>)
안다. 그래서, 아니 ‘그래 봤자’지만, 우리는 24시간 휴대폰을 켜두고, ‘몰래’라도 ‘싸이질’을 하며, 일면식도 없는 이들과 ‘1촌’(혹은 ‘이웃’)을 맺는다. 그럴 때, 음악만큼 마음을 ‘대변’해주고 서로를 통하게 해주는 게 없는 것 같다. 휴대폰 벨소리와 컬러링에, 블로그 포스트에 빠짐없이 음악을 등록하니 말이다. 저작권법 위반이란 살벌한 으름짱도 소용없는 걸 보면, ‘법보다 가까운 건 주먹이 아니라 마음’인 것 같다. 산다는 건 야속하고 속절없고 외로운 거니까.
루시드 폴(조윤석)의 음악은 사는 데 담담한 위로가 된다. “눈을 가리는, 마음을 가리는 세상이지만”(<사람들은 즐겁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나긋나긋한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소리소문 없이 음반이 팔리고 블로그에도 은근히 많이 걸린다. 몇해 전 훌쩍 유학을 떠난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오, 사랑>(토이뮤직/서울음반 발매)은 위로와 애수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배경음악이 되어준다. 사랑, 꿈, 자연, 그리움, 삶에 대한 시적인 가사와 서정적 곡조와 정갈한 질감으로 빚어진 수록곡들은 거북 등처럼 딱딱해진 마음 깊은 곳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신다. 유희열, 김광민, 함춘호 등 일급 세션이 참여해, 음악의 질감이 전보다 더 말끔하고 풍성해 보인다. 그 점 때문에, 반응은 좀 엇갈릴 듯하다. 어떤날, 시인과 촌장, 스위트피, 동물원 그리고 윤종신, (초기)김현철, 토이(유희열) 중에서, 후자쪽의 감성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우려하거나 불만스러울 것 같다.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변함없이 또는 새롭게 좋아할 음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