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은 사람의 주관적 판단을 더 극단으로 몰고갈 수 있는 핵심변수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기대감은 ‘보통’을 ‘실망’으로 만들고 ‘최고’를 ‘괜찮음’으로 격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옥마을 안에 위치한 '베테랑 분식'의 상호는 참 과감하다. 맛도 보기전에 생기는 기대감에 왠지 딴지부터 걸고싶다. 어라, 게다가 선불이다. 한 그릇에 3,000원, 돈부터 내란 얘기다. 아무래도 의심스러운 그 시점에서 오늘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베테랑 칼국수.
넘칠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담긴 칼국수 국물에 몸이 스르르 녹는다. 계란을 풀어놓은 걸쭉한 국물, 동그란 칼국수면, 팥가루, 고추가루, 깨가루, 김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색깔 배합을 미처 확인하기 전, 젓가락을 든 손은 이미 활동을 시작했다. 조건반사다. 국물은 코로 들어가고 맛은 눈으로 들어간다. 머리로는 ‘맛있다’를 연발하고, 배는 ‘그만’이라는데, 입은 계속 움직인다. 맛으로 사람 정신을 쏙 빼놓는다. 기대감을 넘어선, 맛의 경지. 오, 진짜 베테랑이다(063-272-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