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한 고등학교. 충격을 받으면 잠에 빠져드는 기면증을 앓고 있는 율주가 부임해 온다. 문제아 강욱은 율주에게 첫눈에 반하고 둘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강욱을 괴롭히는 같은 반 학생을 타이르던 율주가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기면증 증세로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율주를 대신해 강욱이 교도소에 들어간다. 5년 뒤 둘은 다시 만나지만 율주는 이미 태현과 약혼한 상태. 이들의 가슴 아픈 사랑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오는 5월2일 첫 방영되는 정통 멜로극 <러브홀릭>(극본 이향희·연출 이건준, 김규태)은 알려진 내용으로만 본다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작품이다. 교단의 반발을 샀던 <로망스>처럼 선생과 제자가 사랑에 빠지고, 전작인 <열여덟 스물아홉>이 그랬듯 여주인공의 병이 드라마를 푸는 열쇠로 등장한다. <그린로즈>의 발단이 된 ‘살인’이란 장치도 심어져 있다. “또 선생과 제자의 사랑이냐”는 이야기부터 “화제가 된 인기 드라마의 포인트를 묶은 작위적인 드라마”란 시선은 지금으로서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란 이건준 PD의 말처럼 <러브홀릭>은 ‘따가운’ 관심이 집중될 만큼 ‘문제작’이 아니다. 이건준 PD의 말에 기대자면 3회까지만 학교가 배경이고 4회부턴 5년이 지난, 성인이 된 주인공들의 사랑이 시작된다. “심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이는 율주가 제자를 살해하는 내용도 언론이 떠드는 ‘살해’라기보단 ‘사고’에 가깝다. 난관에서 떨어지는, 우연한 사건이었음이 화면을 통해 충분히 드러난다.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일축한 이 PD는 “얼마나 설득력 있게 푸는가의 문제다. 시청자들의 감성을 움직이지 못하고, 거부감을 주면 작위적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찍어본 결과 그런 느낌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향희 작가 역시 “학교라는 소재는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을 그릴 뿐 선생과 제자의 관계에 주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므로)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로 논란의 여지를 잠식시킨 <러브홀릭>은 찬찬히 살펴보면 여러 모로 반가운 드라마다. 코믹해야 성공한다는 요즘의 대세를 따르지 않고 “애절하고 진지한 사랑 이야기”라는 애초의 기획의도를 고수한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철저히 준비됐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러브홀릭>은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준비됐다. 지난해 방영됐던 <드라마시티>의 ‘사랑해요 수헬리’에서 모티브를 땄다는 이 PD는 “기면증에 걸린 여학생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향희 작가와 함께 이를 소재로 찐한 사랑 이야기 한번 해보자 결의를 다졌었다”고 말한다. 그때부터 모든 사전조사가 이루어졌으니 따지자면 10개월은 족히 되는 셈이다. <눈꽃>의 무산으로 <세잎 클로버>가 급조되고, 방송 2주를 앞두고 남자주인공의 출연거부로 캐스팅 난항을 겪고 있는 <넥스트> 등, ‘급조’가 기본옵션인 요즘 드라마에 비하면 ‘준비된 출발’은 <러브홀릭>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이유다. 일본 드라마나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를 일일이 살펴보며 비슷한 장면은 모두 드러내는 열성을 발휘한 것도 완성도를 위한 제작진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학교를 다룬 드라마가 많은 만큼 의도하지 않아도 겹칠지도 모른다. 하여, <러브홀릭>만의 장면을 만들고 싶다.”
사랑에 중독된 사람이란 제목의 의미에서도 느껴지듯 <러브홀릭>은 독특한 연출력도 기대를 모은다. 잠깐 공개된 예고편을 두고 “몽환적이다”, “궁금하다”는 시청자의 평이 잇따르는 것처럼 그간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묘한 분위기가 <러브홀릭>에선 흐른다. “내용 자체가 많이 무겁고 진지하다. 자칫 지루하게 흐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음악에서 색감, 전반적인 분위기까지 지루함을 덜어줄 수 있는 분위기로 연출할 예정”이라는 게 이 PD의 의도다. 애틋한 스토리에 액티브한 영상은 코믹드라마에 푹 빠져 있는 시청자들의 눈을 끌 수 있는 <러브홀릭>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만족스런 캐스팅이 이루어졌다는 점도 <러브홀릭>이 주목해야 할 이유다. “강타의 캐스팅이 스타성에 의존했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강욱 역에 제격이다 싶어 먼저 의뢰를 했다”는 이 PD는 “과연”이란 의문을 제시하는 캐스팅 문제에 대해 “자신있다”고 밝혔다. “캐스팅이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여러 가지 색깔을 모아 호흡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역할에 맞는 사람이라면 인기에 상관하지 않는다.” 이 PD의 이런 생각 덕분에 <러브홀릭>은 다소 위험한 캐스팅 전략을 내세웠다. 율주 역을 맡은 김민선을 제외하곤 태현 역의 이선균이나 자경 역의 유인영처럼 이렇다 할 연기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가는 강욱 역의 강타의 연기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이 PD는 “우리나라 배우 중에 강타 같은 감수성을 지닌 배우는 없다”며 “1, 2회에는 만족 못할 점은 있지만 3회부턴 다를 것이다”라며 강욱이 된 강타에 만족스러움을 표했다. 강타 역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출연을 결정했다”며 “가수활동의 지속이 아닌 신인 연기자라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오랜 준비를 완성시킬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 드라마에 주어진 과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