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직접 볶아 더욱 맛있어요
2002년 첫 진출, 한국이 해외 지점 1호인 자바 시티
자바 시티의 기원 | 국내에는 자바라는 이름의 두 커피 전문점 브랜드가 있다. ‘자바 시티’와 ‘자바 커피’. 후자는 (주)롯데리아가 개발한 국내 브랜드이며, 전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외국 브랜드다. 자바 시티는 1985년 캘리포니아의 주도 새크라멘토에서 붉은 벽돌로 지어진 작은 카페로 시작했다. 카페를 만든 세명의 젊은 커피마니아들은 ‘우리가 손으로 직접 볶아 세상에서 제일 좋은 커피를 만들어보자’는 단순한 원칙만 갖고 있었다. 김진권 운영팀장은 “2000년 아일랜드계 종합 케이터링 회사인 캠벨-뷰얼리 그룹이 인수하면서 본사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세련돼지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소박하다”고 설명했다. 20년 된 이 브랜드는 지금도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만 매장이 분포돼 있고, 워싱턴의 2개 매장을 포함해 16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음식이 아니라 문화로서 소비 | 전원도시에 가까운 새크라멘토에 본사를 두고 소박한 경영 마인드를 품은 브랜드가 유일하게 해외 지사를 낸 곳이 한국이다. 이는 국내 커피 문화의 변화와 시장 규모의 성장이 무섭게 빠르다는 점의 방증이기도 하다. 자바 시티는 2002년 11월 삼성동 포스코센터에 1호점을 냈다. 김 팀장은 1호점의 위치가 “타깃 고객층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득 1만달러에 대비해서 3천∼5천원에 달하는 커피를 음식으로 생각해서는 소비를 못한다.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소비계층도 이미 특화돼 있다. 그들은 서양 문화, 특히 미국 문화를 부담없이 받아들이며 그 문화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자바 시티가 주타깃으로 삼는 고객은 20∼30대 사무직·전문직 종사자들이며, 포스코점이 자리한 테헤란로는 삼성역 사거리에서 강남역 사거리까지 약 3.7km의 대로 위로 사무실로 빽빽이 들어찬 전형적인 오피스가다. 총 10개의 매장을 가진 자바 시티는 3개 매장을 이곳에 두고 있다. 덧붙이면 스타벅스는 11개 매장이, 커피 빈 앤드 티 리프는 8개 매장이 이곳에 있다.
약배전 로스팅 기법으로 부드러운 맛 | 포스코센터 사내 커피 라운지도 운영하는 자바 시티의 커피맛은 약배전의 미국계 로스팅 기법에 의해 부드러운 편이다. 원두를 연하게 볶으면 커피 고유의 향은 살아 있는 반면 생두의 풋내와 떫은 맛도 남아 있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그 불편한 맛을 줄이기 위해 쓰는 기술이 타임 시그니처(time signature) 기법이다. 18∼21분에 달하는 제법 긴 로스팅 시간 동안, 100∼200kg의 원두가 든 기계의 온도를 로스터가 수시로 조정한다. 본사 창업주들이 카페를 처음 열 때 염두에 둔 ‘손으로 직접 볶는’ 소박하고 고전적인 방식을 이어온 셈이다. 음식 중에 가장 복잡한 맛 성분을 가졌다는 와인이 연도와 원산지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듯, 커피의 미향도 원산지와 로스팅에 따라 수만 가지로 달라진다. 김 팀장은 “커피가 와인보다 2배 정도 맛 성분이 복잡하다”는 말을 보탰다. 단지 외국계 브랜드가 좋아서가 아니라 맛과 향에 매혹돼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기억해두면 좋을 단서다.
자바 시티의 케이터링 서비스
“중국집처럼 커피를 배달해 드립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이용하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커피 전문점의 케이터링 서비스다. 케이터링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커피 전문점이 제공하는 케이터링 서비스는, 김진권 팀장의 비유에 따르면, “중국집 배달”과 유사하다. 매장 내의 음료와 빵을 소비자 주문에 따라 매장 밖으로 내보내는 것. 커피 전문점의 케이터링 서비스가 일반화된 미국에서는 뉴욕과 같은 대도시 중심가에 자리한 매장들의 경우 배달 직원을 따로 두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국내엔 아직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아 서비스 요청도 많지 않지만 학회 모임 등에서 정기적으로 이용한다고. 이 서비스는 주문 금액이 5만원 이상일 경우 제공되고, 배달 지역은 도보로 10분 이내 왕복이 가능한 거리에 한한다. 대량 주문일 경우 원거리는 차량 배송하기도 한다. 소비자의 매장 이용료가 제해지는 셈이므로, 배달비는 받지 않는다. 이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모든 메뉴에 적용되면서도 매장 입장에서는 받기 난처한 주문도 없지 않다. 얼음을 갈아넣고 휘핑크림을 얹은 ‘자바란치’ 같은 메뉴는 모양새나 성격이 까다로워 온전한 상태로 배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이것이 원조 유럽 커피다
2002년 첫 진출, 이탈리아계 커피숍 파스쿠찌
파스쿠치의 기원 | 유럽 사람들은 아라비아에서 건너온 검은 물을 “아라비아의 와인”이라고 불렀다.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카페 파스쿠치는 20세기 초, 콘카밸리에 살던 파스쿠치 가문이 이 이국적인 음료 열매에 애정을 쏟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아버지 안토니오에게 가업을 물려받은 아들 마리오는 주석냄비에 원두를 담아 볶으면서 로스팅 기법 개발에 몰두해오다 1946년에 에스프레소 기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카페 파스쿠치는 몬테펠트로와 몬테체리뇨네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 기반을 확장해갔다. 국내에는 2002년 홍익대점이 처음 소개됐고, 현재까지 16개 매장이 한국에 있다.
중배전, 강배전이 조합된 로스팅 기법 | 이탈리아의 한 가문의 가업으로 이어져온 파스쿠치의 원두 로스팅 타입은, 콩에 기름이 약간 배어나올 정도의 중간배전이다. 로스팅 시간은 약 15분이고, 아라비카 원두와 로보스타 원두를 블렌딩해 중배전과 강배전을 조합한다. 아라비카는 전세계 커피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커피나무다. 가장 일반적이랄 수 있는 아라비카종에 로보스타종을 섞어 파스쿠치는 에스프레소에 진한 맛을 보강한다. 원산지로 보았을 때는 5개국 원두를 블렌딩하는데, 다양한 원산지의 원두를 블렌딩하는 것은 커피 브랜드들의 공통된 경향이기도 하다.
화이트, 레드, 블랙의 강렬한 인테리어 | 진한 커피맛처럼, 파스쿠치의 매장 인테리어는 강렬한 색깔의 조합이 인상적이다. 흰색과 붉은색, 검은색으로 이뤄진 벽면 장식은 멀리서도 이 카페를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요소. 조소연 대리는 이탈리아 본사의 매장 컨셉이 “동네 모퉁이에 있는 작고 편한 노천식 카페”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길목에서 발견되는 따끈한 색감의 작은 카페라 하면 꽤 멋진 한컷이 떠오른다. 국내에 들어온 파스쿠치 매장들은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을 반영해 대체로 아주 넓고, 공간도 여유롭다. 이런 외국계 커피 전문점 매장들은 일반적으로 본사가 지정해 보내주는 것들로 꾸며지게 마련이다. 의자와 테이블은 물론이고 전등갓, 액자, 파티션, 심지어는 벽지나 벽에 바르는 도료까지 본사로부터 받는다. 국내 파스쿠치는 이 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매장을 낼 때마다 새로운 인테리어 요소나 재료를 도입하는데, 시찰 나온 본사 직원들이 이를 현지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조소연 대리는 덧붙였다. 조 대리는 가장 최근에 개장한 압구정역점 인테리어를 파스쿠치 매장을 통틀어 최고의 것으로 꼽았다.
인테리어에 유행을 반영해 변형을 꾀하듯, 메뉴에 관해서도 조 대리는 “베이커리 외 부가제품에 대해서는 본사의 메뉴를 참고하는 정도의 수준이며 브랜드 이미지와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체 개발 중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외식업계의 유행이 빠르게 변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메뉴가 나온 지 1년이 지나도 신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달만 지나면 신제품이 아니다”라는 타 브랜드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현재의 규모로 테이크아웃 커피 문화와 에스프레소 커피 문화가 퍼진 것이 5년 내외라는 게 그리 신기한 일이 아니다.
파스쿠치 최고의 인테리어 압구정역점
유럽식 살롱 or 현대적 카페
지난해 11월28일에 개장한 파스쿠치 압구정역점은 2층으로 돼 있다. 입구와 홀을 사이에 두고 일종의 현관 역할을 하는 공간이 있어 들어갈 때 여유로운 느낌이 든다.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은, 우아하게도 나선형이다. 계단 아래로 긴 소파가 놓여 있어 언뜻 유럽식 살롱 같다. 2층은 1층보다 훨씬 넓다. 계단을 기준으로 왼쪽은 원형 소파와 인조나무들이 어우러져 한가로운 노천 카페 같고, 오른쪽은 직각의 파티션과 바 형태의 테이블이 모던한 인상을 남긴다. 오른쪽 맨 끝은 흡연실이다. 수용인원은 150여명. 오후 1시쯤 방문한 이곳은 전체 손님의 절반 이상이 40∼50대 여성들이었는데, 김지영 점장은 이곳의 주고객층이 다른 매장들에 비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근처에서 점심 모임을 갖고 차 마시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 40∼50대 여성들이 주로 찾는 음료는 카푸치노와 아메리카노, 생과일 주스류. 매장 내 인테리어가 여러 가지 성격을 한데 지닌 것도 다양한 연령층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본사 매장에 가장 가까운 인테리어를 가진 매장은 홍대점과 종로점이다. 조소연 대리는 “홍대점은 곧 리노베이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