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싸름한 커피 향에 빠져봅시다
해외 프랜차이즈 커피숍 선두주자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시작 | 스타벅스가 커피숍 프랜차이즈로 성공하기 전까지 미국 역시 인스턴트 커피가 대중적이었다. 지금도 미국에서 가장 큰 커피회사는 맥스웰과 네스카페 같은, 인스턴트 커피 산업을 바탕으로 성장한 회사들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자신의 책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담긴 성공신화>에서 테이블이나 바 위에 에스프레소 잔을 놓고 담소를 나누는 이탈리아인들의 커피 문화에서 로맨스를 발견했다고 쓰고 있다. 1971년에 설립된 원두판매점 ‘스타벅스 커피, 티 앤드 스파이스’에서 일할 당시 이탈리아식 커피바를 고민하던 그는 ‘일 지오날레’라는 카페 사업을 성공시킨 뒤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한국 20·30대 젊은이의 놀이터 | 집도 회사도 아니면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자기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제3의 장소’로 컨셉이 다듬어진 스타벅스의 공간은 우리나라에 더 잘 구현돼 있다. 개인주의의 발달과 맞물려 테이크아웃 판매가 주를 이루는 북미 지역과 달리 좌식 문화와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아시아 지역은 머물렀다 가는 고객의 비중이 높아 매장도 대체로 넓은 편이다. 스타벅스 홍보팀 이민규씨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커피를 마셔도 친구를 만나서 마시는 편”이라면서 “계산서 1장당 평균 2.5잔의 커피가 판매 기록으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매장의 인테리어는 4종류로 나뉜다. ‘그로’(grow), ‘로스트’(roast), ‘브루’(brew), ‘아로마’(aroma). 각각 생두, 볶기, 끓이기, 발향의 상태를 의미하고, 컨셉에 따라 연두색, 붉은색, 푸른색, 갈색의 다른 전등갓이 설치되며 전면 유리창엔 이파리, 불꽃, 물결, 연기 모양의 다른 장식이 들어간다. 스타벅스 매장이라면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는 단골들도 구분하기 어려운 이 컨셉은 소비자들의 오감을 무의식 중에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귀를 자극하는 음악은 모든 매장이 똑같이 서비스한다. 미국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보내오는 음악CD는 스타벅스 매장에 비치된 CD플레이어로만 재생 가능한데, 그것도 저작권 합의가 이뤄진 기간만이다. 상해서 먹을 수 없게 된 우유처럼, 스타벅스의 음악CD는 유통기간이 지나면 결코 재생되지 않는다. 광고대행사 사치앤사치의 CEO 케빈 로버츠는 <브랜드의 미래, 러브마크>라는 저서를 통해 감성적인 애착, 유대감, 충성도를 지닌 ‘러브마크’로 적십자, 할리 데이비슨, 넬슨 만델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과 함께 스타벅스를 언급한 바 있다.
강배전 로스팅 기법으로 강한 불에 볶아 | 고객들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매장 내엔 일부 지점을 제외하고 흡연구역이 없다. ‘담배연기가 커피향을 잡아먹는다’는 것은 스타벅스의 철학 중 하나. 내부에 커피향이 잘 퍼지도록 매장 구조도 가급적 일자형을 취한다. 이곳에서 당신이 마시는 스타벅스 커피는 달콤쌉싸름하다. 원두를 강한 불로 15분 이상 볶는 강배전 로스팅 기법 때문이다. 종이컵에 표시된 여섯 가지 항목에 따라 취향에 맞게 주문하면 1만9천 가지의 종류를 맛볼 수 있지만, 이 개인 주문 방식은 아직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일반화돼 있지 않다. 이를 홍보하고 고객들의 개별 취향을 계발하는 것이 스타벅스 커피 코리아의 올해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스타벅스 최고의 바리스타 최교일씨
“나중에 스타벅스 같은 커피숍 내려구요”
바리스타는 커피의 맛, 향, 구매, 서빙을 책임지는 커피 전문가를 칭하는 이탈리아어다. 정확한 뜻은 ‘바 안에서 음료를 만드는 사람’. 스타벅스는 매해 커피 마스터 프로그램과 지역 커피 마스터 선발대회를 통해 실력있는 바리스타를 가려내는데, 지역 커피 마스터들끼리 경합하면 스타벅스 전 매장을 통틀어 최고의 커피 마스터가 탄생한다. 1년짜리 한시 명예직이긴 해도 ‘앰배서더’라는 고급스러운 작위도 부여받는다. 최교일씨는 지난해 7월에 앰배서더로 뽑힌 바리스타. 화학을 전공한 커피마니아이며, 화학원료회사에 근무하다 2002년 1월에 입사했다. 수원점 바리스타 출신의 그는 “내가 만든 커피 아니면 안 마신다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자랑을 덧붙였다가 “아직도 배우는 중”이라며 겸손함도 보였다. 요즘은 바리스타 교육과 고객을 대상으로 한 커피 교실 강의 등 앰배서더의 임무로 한창 바쁘다. 좋아하는 커피는 드립으로 뽑은 아프리카산 케냐 커피. 가장 자신있는 메뉴는 “스팀 조절을 잘해서 아주 고소하게 만들 수 있는” 카페라떼다. 내년쯤엔 남미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고, 훗날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커피숍을 차리는 것이 그가 가진 꿈이다.
집 같은 편안함, 바로 이 맛이야
2001년 진출, 현재 국내 34개 지점 보유한 커피 빈
커피 빈의 시작 | 하워드 슐츠가 그러했지만, 허버트 M. 하이먼과 모나 하이먼이라는 두 미국인 부부도 유럽 여행을 갔다가 그곳의 우아하고 세련된 커피 문화에 반했다. 그래서 돌아와 원두 판매점을 차린 것이 1963년이다. 에스프레소 바로 매장 형태가 달라진 것은 좀더 후의 일이다. 캘리포니아 브렌트우드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가족 경영 형태를 유지해오던 커피 빈은 1998년 싱가폴계 미국인 형제 빅터 사순과 서니 사순에게 팔렸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회사를 사들인 두 형제는 하이먼 부부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갔고, 현재 미국 본사와 아시아 지사를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스위트 홈 분위기가 컨셉 | 햇살 좋은 캘리포니아에서 가족 사업으로 일궈진 커피 빈은 ‘내 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중요한 컨셉으로 갖고 있다. 바와 카운터쪽의 인테리어는 주방 느낌을 내도록 고안됐고, 홀의 의자와 테이블은 밝은색 원목을 주로 쓴다. 2001년 5월에 들어선 1호점 청담점은 개장 초기 케이크 한 조각이 두 주먹 크기만 했는데 홈메이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가격도 7500원으로 많이 비쌌다. 미국 본사는 여전히 두 주먹 사이즈를 유지하지만, 국내 매장의 케이크는 소비자들의 저항감을 고려해 그새 많이 작아졌다. 매장 바깥에 파티오를 내고 매장 안에 무선인터넷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이유도 브랜드의 기본 컨셉에 따른 것이다. 장윤정 홍보팀장은 “휴식을 취하러 와서까지 업무 보지 말고, 잠깐 시간내서 나와 있는 동안은 편안히 쉬다 가시라는 뜻”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매장 내 흡연실은 흡연자들에게 큰 매력 요소임에 분명하다. 커피 빈의 이용자 80%는 매장 안에 머물렀다 간다.
매장 빵은 자체 공장에서 직접 구워 | 현재까지 국내 34개 지점을 낸 커피 빈의 가장 큰 매장은 명동타워점이다. 면적은 300여평, 좌석은 600여개다. 김은아 점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하루 평균 10kg의 원두를 갈고, 1리터짜리 매일우유 팩을 350여개 없앤다. 커피 빈뿐 아니라 스타벅스, 자바 시티도 매일우유를 사용하는데, 이유는 미국 현지에서 사용되는 우유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기 때문이다. 커피 빈은 약배전 로스팅 방식으로 원두를 볶는다. 온도도 낮지만, 볶는 시간도 짧다. 시럽이나 파우더가 첨가된 각종 음료가 본사보다 단맛을 덜 내는 것은 현지화된 전략. 국내의 대부분 외국계 커피 전문점들이 비슷한 경향을 갖고 있다. 빵도 마찬가지다. 커피 빈은 외국계 커피 전문점들 가운데 유일하게 자체 공장에서 모든 빵을 직접 만드는데, “미국 레시피에 맞추면 너무 달아서 먹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베이커리 팀장 신유신씨의 말이다.
커피 빈 베이커리 팀장 신유신씨
“베이글에는 아메리카노를 드세요”
성남에 자리한 커피 빈의 빵공장에는 20여명의 제빵제조사가 일한다. 신유신 팀장은 그곳의 모든 일을 책임진다. 커피 빈의 베이커리 메뉴는 미국 본사의 메뉴 중 운송 과정에서 질감이 변형되기 쉬운 종류를 뺐다. 하루 평균 700∼1천개가 구워지는 베이글과 300여개가 구워져 나오는 머핀 등의 배송이 이뤄지는 시각은 새벽 3시부터. 운반은 트럭 두대로 나눠 하는데, 한판에 4만5600원짜리 케이크가 특히 엎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엎어질 때도 있다. 버스중앙차로 만든다고 강남대로 주변이 한창 공사 중일 때 종종 그랬다. 커피 빈 국내 오픈과 함께 입사한 그는 호텔과 이탈리아 식당 등에서 일한 경험과 맞물려 파스타를 새 메뉴로 준비 중이다. 신 팀장은 베이글과 아메리카노, 시카고 치즈케이크와 자스민 드래곤 피닉스 펄(티 종류란다), 티라미수와 카페라테를 세트 메뉴로 추천했다. “해보고 싶은 메뉴는 많은데 본사 오너가 유대인이라 고기와 갑각류 등 재료 제한이 많다”고 설명한 그는, “하루종일 새로운 빵만 만들어내는 직원 두명이 있는데, 배송 고려해서 일부러 바깥에 하루 정도 놔뒀다가 다음날 먹어본다”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가장 들뜬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