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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홀대받은 수작, The Czars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의 주도(州都) 덴버는 ‘1마일 시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로키산맥 자락의 해발 약 1600m에 도시가 똬리를 틀고 있는 까닭이다. 메이저리그 야구팬이라면 최근 김병현이 이적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가 있는 곳으로 익숙할 것이고,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라면 관광코스로 체크해놓았을 도시다.

영화 주간지의 ‘이주의 음반’ 꼭지에 웬 생뚱맞은 얘기? ‘면피’하긴 어렵겠지만, 이번주에 소개할 음반의 주인공인 밴드 차르스(The Czars)가 덴버 출신이기 때문이다. 1994년 결성되어 오랜 무명생활을 겪었다는 건 동서를 막론한 인디 밴드의 ‘공통된’ 경험이겠지만, 영국(미국이 아니라!)의 인디 레이블에서 음반을 발표해왔고, 영국 등 ‘해외’(한국 포함!)의 평단에선 높은 평가를 받지만 정작 자국에선 철저히 무명인 상황이며, 이번 정규 3집 <Goodbye>는 팬들의 기부금과 대출로 제작비를 겨우 충당해 완성되었다는 대목에 이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기엔 차르스의 음악이 너무나 훌륭하기 때문.

음반을 여는 피아노 연주곡 <Goodbye Intro>는 쇼팽과 라흐마니노프를 고적하게 절충한 듯하고, 이어지는 타이틀곡 <Goodbye>는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가 서정적인 인디 팝을 연주한다면 이럴 것이란 ‘공상’을 하게 만든다. <Paint The Moon>은 가볍게 손장단 맞출 만한 컨트리 팝 넘버이고, <Los>는 클래시컬한 향신료를 가볍게 뿌린 듯한 곡이며, <Little Pink House>와 <I Saw a Ship>는 재즈를 느린 템포와 소박한 짜임새로 필터링한 곡이다.

‘햇빛 찬란한 황금색 옥수수밭을 행복하게 뛰어가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한 듯한 그런 느낌의 음악’이라고 5년 전 어느 음악지에서 평한 구절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차르스의 전작들을 들어본 이라면 이번 음반도 ‘변함없다’고 느낄 것이다. 천사가 성인 남자라면 이런 목소리가 아닐까 싶은 존 그랜트의 보컬도 여전하고,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수록곡들의 정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제 ‘여전한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존 그랜트(보컬, 키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이 재정적 압박과 막막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탈퇴했기 때문이다. 탁월한 선율과 멜랑콜리한 무드와 뒷덜미가 서늘한 느낌이 공존하는 <Goodbye>는 ‘백조의 노래’가 되기엔 너무 아까운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