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은 ‘가족’이다. 가장 편안하고 감미로운 축복의 비가 내리는 곳, 그곳에 머무는 우리는 행복하다. 그래서 멈출 줄 모르는 삶의 환희와 생의 활기가 꿈틀대는 ‘가족이란 그 섬’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조승환의 조각은 ‘가족’이 중심이다. 나뉜 듯, 다시 한 덩어리로 어우러진 한 무리의 군상은 마치 개체이면서 단일한 소속감을 지닌 가족의 모습 그대로이다.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있거나 의지하며, 하나의 덩어리로 통합돼 전체적으론 ‘안정된 가정과도 같은 분위기’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최대한 절제된 양감 표현으로 일체감이 돋보이고 있는 조승환만의 조형언어. 독립된 개체의 개별성은 존중하면서도 최소한의 경계조차 허물어, 끝내 하나의 덩어리 속에 그 모든 요소를 함축하고 단순화한다. 바로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 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그에게 가족은 예술의 출발점이다.
조승환의 작품에서 눈여겨볼 만한 요소는 조각이 갖는 환조로서의 ‘볼륨감’과 감상자의 시각을 중심으로 한 ‘평면성’을 적절하게 배려하는 연출력이다.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의 군상은 분명 유기적인 덩어리로 공간의 무게감을 점유한다. 하지만 그 형상의 몸체는 좌우로 늘려 편평하게 처리되어 마치 앞면과 뒷면만을 강조한 듯하다. 앞면에서의 인물표정 역시 최대한 절제되고 지나친 몸짓 또한 자제하고 있다. 그러한 작품은 뒤에서 보면 원래 한 덩어리였던 것처럼 한몸의 등판이다. 이 또한 수평적이고 정감어린 따뜻한 가족애를 조형적으로 해석한 것은 아닐까.
절제할수록 응집된 에너지는 외부로 표출하려는 항력이 작용하듯, 조승환 조각의 백미인 절제된 조형미가 떨치지 못할 강한 흡인력을 지닌 것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바로 그곳엔 가족이란 이름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현재 동국대에 재직 중인 그의 정년 기념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