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블루 노트(Blue Note)는 20세기 재즈의 상징이자 신화다. 비록 현재는 EMI에 흡수되어 일개 ‘산하 레이블’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현재형 레이블’로 주목받고 있다. 정통 재즈의 틀을 넘어 여러 스타일들을 포용하면서 새롭게 자리매김 중이기 때문인데, 그 전위에 노라 존스가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
마침 블루 노트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음반이 두 종 발매되었다. 하나는 에이모스 리의 셀프타이틀 데뷔작이다. 노라 존스, 밥 딜런의 투어에 동행한 이력, 또 ‘남자 노라 존스’란 공통된 평을 참고하면(실제 노라 존스와 ‘핸섬 밴드’가 세션으로 참여했다), 자연스레 이 음반의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한마디로 루츠 음악을 세련된 무드로 포장한 것이다. 다만, 솔 음악이 한축을, 포크-컨트리-싱어송라이터 음악이 다른 한축을 이룬다는 점에선 구별된다. 전자와 관련해 빌 위더스와 오티스 레딩, 후자와 관련해 제임스 테일러가 거론되는 건 특이할 게 없지만, 흑인 음악과 백인 음악으로 대별되는 양자를 무난하게 통합해낸 점은 비길 바 없는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블루 노트에서 나온 다른 하나는 ‘멤피스 솔의 거장’ 앨 그린의 <Everything‘s OK>다. 이 음반은 그가 윌리 미첼과 다시 손잡고 발표한 컴백 음반 2탄으로, 1970년대 하이(Hi) 레코드를 통해 R&B/솔 히트곡들을 연발로 쏟아내던 전성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지배적이다. 업템포 넘버와 슬로템포의 넘버가 교차로 배치되어 있는데, 조 카커의 목소리로 익숙한 <You Are So Beautiful>처럼 발라드도 좋지만, 타이틀곡과 <Build Me Up>처럼 앨 그린 특유의 샤우팅 및 팔세토와 뿜빠뿜빠 울리는 브라스 섹션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곡들이 압권이다. 60살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왕년에 주름잡던‘ 음악과 그 기세를 되살린 쾌작이다.
이 음반들을 통해 솔의 거장과 솔과 포크를 한데 녹여내는 신예 싱어송라이터까지 아우르는 블루 노트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앨 그린의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다 보면 마음 한구석이 씁쓸해짐을 숨기기 어렵다. 그와 동시대를 풍미한 박인수, 이철호(사랑과 평화), 데블스 같은 한국의 솔 거장들의 쓸쓸한 현재와 그들의 유산은커녕 이름조차 금시초문인 상황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그게 비단 솔에 국한된 것일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