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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밤의 요정들의 이야기> 감독 쇼히니 고쉬
오정연 2005-04-21

“성노동자가 되고 싶다면, 될 권리는 있어야 한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고,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만일 이들이 성노동자들이라면? 올해 서울여성영화제 초청작인 <밤의 요정들의 이야기>는 자신들만의 조직 DMSC를 결성해서 명백한 성과를 거둬들인 인도의 성노동자들을 다룬다. 학교에서 젠더와 이를 다루는 미디어에 대해서 가르치고, 많은 책을 출판한 바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소히니 고쉬는, 시종일관 당당하고 긍정적인 자신의 영화를 많이 닮아 있었다. “선택하는 여성들, 그럼으로써 살아남게 된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쉬 감독이 택한 방법은 자신의 직업을 떳떳하게 내세우는 성노동자들의 육성을 직접 들려주는 것이다.

-성노동을 바라보는 당신의 입장은 어떤 것이었나.

=난 오래전부터 성노동자를 둘러싼 섹슈얼리티 담론과 편견에 대해서 고민했고, 사람들이 흔히 창녀라고 부르는 성노동자를 향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깨달았다. 모든 여성은 좋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이고, 나쁜 여성은 결국 창녀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 만일 당신이 창녀라면 강간을 당하거나 성적으로 폭행을 당해도 전혀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엄마, 좋은 딸, 좋은 아내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창녀는 나쁜 여자라는 편견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발적이고 합법적인 성노동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

=남자관객 중 누군가는 화를 내면서 “그래서 당신이 주장하는 게 프리섹스냐”고 묻더라. 그래서 “공짜(free)가 아니라 제대로 돈을 내라는 뜻”이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웃음) 관객의 태도는 항상 유사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다. 그런데”라면서 도대체 어떤 여자가 성노동자가 되고 싶겠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내 영화에는 그런 사람이 다섯명이나 나온다. 물론 모든 여자들이 교사가 되겠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모든 여자들이 성노동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순 없다. 그러나 누군가 성노동자가 되고 싶거나 교사가 되고 싶다면, 그렇게 될 권리는 있어야 한다.

-교사가 되고 싶은 것과 성노동자가 되고 싶은 건 전혀 다른 이야기 아닌가.

=전혀 모르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평생을 같이 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랜 관습과 도덕성으로 보호받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진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당신은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었다. 펜과 카메라 중 어떤 매체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나같은 경우는 영화로 만들기 힘들어 보이는 것을 글로 써야겠다고 결정한다. 영화를 만들기 전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드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지만, 사람들과 오랫동안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긴 시간을 투자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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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서울여성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