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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노동문제 표면화 [1] - 부당한 사례들
사진 정진환김수경 2005-04-19

영화인들 임금 체불한 영화제작자 실명과 부당노동행위 공개

고발합니다! 우리도 노동자입니다

연봉 640만원, 평균 근로시간 13∼16시간, 4대 보험 절대 없음. 초과근무 수당 꿈도 꾸지 말 것.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에 나오는 새우잡이배 선원 모집 광고나 불법외국인노동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2년부터 국정감사 때마다 꾸준히 발표되는 한국영화 스탭의 평균연봉과 작업환경이 바로 이러하다. 저 수치에 기사급 스탭이 포함된 것을 고려하면 하부 스탭들이 체감하는 삶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4월1일 충무로역 오!재미동에서는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가 “영화인 신문고 사례고발! 및 영화노동자 생존권 쟁취!”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여고생 시집가기> <남남북녀> <>, 세편의 영화가 임금체불로 발표되었고, 제작자의 실명이 공개되었다. 그러나 2004년 국정감사에 유포된 영화인 신문고 사례 요약본에 의하면 총 21건의 체불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인 신문고 게시판에 게재된 내용은 최소 4∼50건(??)에 육박했다. 그나마 이 요약본에 기재된 사례는 비공개를 원하는 사안은 제외. 그 요약본의 첫머리에는 이러한 안타까운 경험담이 적혀 있다. “단 한명의 제작자, 단 한명의 체불 관련자, 단 한 군데의 제작사도 먼저 사과하지 않는다”라고. 체불(滯拂)은 ‘마땅히 지급해야 할 것을 지급하지 않고 미룬다’는 뜻이다.

요약본에 적힌 사례들은 유형별로 나누어지고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는 임금 체불이나 잔금 미지급, 고의 부도 등이 일정 부분 시장에서 관행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 개별, 기간, 회차 계약이라는 제작을 위한 최소한의 환경이 수많은 영화인의 노력으로 거의 이루어진 상황에서 이에 찬물을 끼얹는 신종 수법들이 등장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제작 중에 트집잡아 해고시키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수단은 공론화다. 스탭 처우 개선은 비둘기 둥지, 인터넷 신문고, 한국영화조수연대회의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를 한국 영화계 전반에 알리고 함께 고민하는 것만이 문제 해결의 진정한 출발이다. 다음은 영화인 신문고에 고발된 사례를 요약한 내용이다

[사례 1] 타협 또는 흥행 뒤 지불

기획시대 <돈텔파파> 스탭들에게 잔금 9개월 이상 체불. 흥행 뒤 잔금 지급.

튜브픽쳐스 <가족> 대부분 스탭 잔금 7개월 체불. 흥행 뒤 해결.

이규형 <비무장지대 DMZ> 스탭 잔금 체불, 타협.

비교적 명망있는 제작사들로 체불문제가 현재는 해결된 상태. 그러나 잔금 지급으로 문제는 해결되지만 체불은 분명히 제작관리상의 실책으로 남겨진다. 기간, 회차, 개별 계약의 항구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체불 사실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야 한다.

[사례 2] 파산이나 부도 처리

스타후룻 <> 스탭 10명 2790만원 잔금 체불. 법인 파산(대표 박형준은 제니스엔터테인먼트 부사장으로 활동). 소송 준비 중.

아시아라인 <남남북녀> 스탭 16명이 잔금을 정초신 감독에게 위임, 위임과정이 불투명했고 대표 주종휘는 투자자의 변심으로 후반작업 자금 부족을 이유로 잔금 미지급, 조감독 개인적으로 소액 재판 청구, 판사가 위임장이 효력없다고 판결하고 잔금 지급 명령. 그러나 법인 재산 없음.

더존필름 <여고생 시집가기> 1억2천만원 미지급, 공증 바탕으로 압류.

해바라기 <최후의 만찬> 현장편집 체불 잔금 700만원, 소송 준비 중.

흥행실패가 맞물리는 파산이나 부도에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스탭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기는 것은 자신들만 피해를 봤다는 상실감이다. 이 문제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전문가들의 의견처럼 제작자가 자신의 리스크를 스탭들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스탭들에게 압류의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사례 3] 파트 책임자 의식 결여

분장감독 키야 리 <내 머리 속의 지우개> 5, 7회차에 해고, 보수 미지급 2명 그중 1명은 끝까지 미지급. 미국으로 가버림.

분장감독 <태극기 휘날리며> 보너스 분장감독이 독식, 제보자가 포기.

스틸기사 <키다리 아저씨> 스틸 어시스턴트 임금 170만원 체불, 지급 약속 기다리는 중.

가을엔터테인먼트 <콜링 유> 대표 추상욱, 65만원 체불, 지급 명령 신청, 압류, 해결.

파트 책임자의 도의적인 문제가 깊이 결부되는 사례. 키야 리의 경우 제보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돈 때문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 다시 영화를 하는 걸 우리가 봐야 하는가”가 그들의 항변. 특히 미술 파트는 아직 연대를 할 만한 모임이 없는 상황이라 이런 문제들이 추후에도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사례 4] 모호한 시나리오 계약

폴라리스 기획 중, 계약금 미지급 및 계약파기, 소송 준비 중.

태창, 피카소, 씨앤, 도레미 시나리오 문제, 태창만 소액재판 계류 중.

시나리오 계약의 경우 “제작자가 만족하는 수준까지 시나리오를 집필한다”와 같은 모호한 계약조항이 후일 화를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방적인 계약파기는 대부분 법적으로 손해배상을 각오해야 한다.

[사례 5] 불명확한 근무계약

샘 <동해물과 백두산이> 세금계산서 안 받았다고 잔금 500만원 미지급, 소송 준비 중.

필름나루 <연애는 미친 짓이다> 의상팀장과 제작사간의 분쟁, 소액 소송 준비 중.

제작사와 스탭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비용 책정의 문제나 불명확한 기간 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사례 6] 제작·투자사 교체

드림서치 <바람의 파이터> 스탭 임금 100만원 체불, 체불 책임자 소재 파악 중.

제작사와 투자사가 바뀌면서 벌어지는 책임소재의 문제. 영화제작 주체가 변화하면서 많이 발생하는 사례.

[사례 7] 제작사 직원들

스펙트럼필름 <현의 노래> 기획실 직원 300만원 체불, 소송이나 방법 모색 중.

다인픽처스 <유전무죄 무전유죄> 기획실 직원 두달 급여 체불, 소송 준비 중.

오조필름 기획팀 5명 인건비 675만원 체불. 근로감독관이 대표를 지명수배, 형사 처벌 예정.

법률적으로 기획실에 근무하는 제작사 직원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므로 영화스탭의 경우와 달리 민사소송이 아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한 제작자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영화 평균제작비가 50% 올랐는데, 예전 연출부 막내가 1편에 200만원 받았고 지금은 300만원 받으니까 똑같은 상승률 아니냐”라고. 밝은 얼굴과 힘찬 목소리로 헌팅을 하고, 콘티를 그리고, 필름을 로딩하고, 라이트를 설치하고, 붐마이크를 들고, 소품을 만들고, 옷을 입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기 위해 작품을 쉴 때마다 주유소·편의점 아르바이트와 택시 운전을 일보다 열심히 해야 하는 현실이 아련한 추억으로 사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