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는 병진이는 내가 여태껏 만난 최고의 파트너이다. 우선 성실하고, (그가 아침에 문을 늦게 연 적은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다) 고객들께 인사를 잘하는 등 상냥하게 최선을 다한다. 비디오테이프의 반품 기일을 챙기는 것(예전엔 반품기일을 놓쳐 떠안는 경우가 허다했다)도 거의 실수가 없을 만큼 꼼꼼히 하고, 매일매일 청소도 열심히 한다. 게다가 친구들과 후배들까지 데려와 일을 돕게 한다.
그 역시 대여점이란 공간과 친누나만큼 나를 좋아하는 듯해, 자신의 근무시간이 끝나도 집에 안 가고 대여점에서 나를 돕는다. 내가 술마시고 싶을 때 언제 어디서든지 부르면 달려나와 술을 마셔주기도 한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가 호흡이 잘 맞을 때에 일도 즐겁고, 서로간의 신뢰는 더욱 쌓여가는 것 같다.
그의 철두철미한 직업의식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한 가지. 그가 친구들과 만나 얼큰하게 술을 마시고 새벽에 귀가하던 어느날, 젊은 청년이 술에 취한 채 길에 쓰러져 자고 있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취했던지 신발도 벗겨져 있었고, 가방도 열린 채 안에 있던 물건들이 길 위에 흩뿌려져 있었다고 한다. 병진 역시 몹시 취한 상태라 무심히 지나가는데, 그의 정신을 번뜩 차리게 하는 로고가 보였으니, 만화책에 새겨져 있는 ‘비디오카페’(우리 대여점 이름)란 로고였다고 한다. ‘저 책을 잃어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 길 위에 널브러져 있는 책들을 모아 그의 가방 안에 넣고 가방문을 잠가준 뒤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청년인가?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