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인사 대본 수정요구에 “오류없다”
1981년 <제1공화국>으로 문을 연 문화방송의 공화국 시리즈가 <제5공화국>까지 왔다. <제4공화국> 뒤로 10년만이다. 방영 전부터 이른바 ‘5공 주역’들이 대본 수정을 요구했다. 제작진들은 문제될 건 없지만 반론은 얼마든지 경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오후 촬영 현장에서 만난 고석만 제작본부장, 신호균 책임프로듀서, 임태우 피디의 입을 통해, <제5공화국>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본다.
왜 ‘5공’인가?=고석만 제작본부장
마침 공화국 시리즈의 ‘창시자’가 고석만 제작본부장이다. 그러나 그는 본부장 부임 뒤 이미 촬영에 들어간 <제5공화국>을 “재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영웅시대>가 특정인물 미화로 입길에 오른 터라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곧 유정수 작가와 임태우 피디를 면담한 그는 이들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강행 방침을 굳혔다. “사회·역사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까지 공개해 새 역사 인식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부진을 면치 못하는 문화방송 드라마에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지와도 무관치 않다. 시청률 경쟁에 몰려 트렌드물 일색이었던 드라마에 다양성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고 본부장은 “본부장 부임 뒤 <제5공화국>이 첫번째 고통이었지만, 방송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엇인가?=신호균 책임프로듀서
벌써 장세동·허화평씨 등 ‘5공 인사’ 17명이 최근 대본 수정을 요구했다. 드라마가 “12·12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당시 전두환이 정승화를 연행한 것은 쿠데타가 아닌 정상적 절차를 따른 것”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호균 책임프로듀서는 “역사를 둘러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오류가 있다면 얼마든지 고치겠지만, 대법원 판결과 청문회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돼 전혀 오류가 없다”고 말했다. 종영된 <영웅시대>의 책임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신 부장은 “<영웅시대>는 픽션 드라마로, 작가와 기획 당시 실제 인물을 차용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자고 했으나 중간에 빗나갔다”며 “다큐 드라마인 <제5공화국>은 사실에 입각해 구성되며,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개연성있게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그려지나?=임태우 피디
연출자 임태우 피디는 5공화국 시절, 갓 대학에 들어간 86학번. 자신이 겪은 시대를 드라마로 만든다. 임 피디는 “아직도 국민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독재자에 대한 향수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물·사건·테마를 파고 드는 것이 아니고 7년의 시간을 다룬다”며 “역사와 사회와 정치를 쉽고도 재미있게 얘기하고, 재밌게 반성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임 피디는 특히, “전두환 정권의 1년여 쿠데타 중 정치적 본질이 선명하게 드러난 사건이 5·18이고, 이 사건은 현재 한국의 정치적 자유를 불러온 근원”이라며 “5·18 4일간 벌어진 일들의 전모를 4회 분량(10~13회)에 모두 담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껏 미디어로 보여진 ‘뜨거운 광주’와 달리 부담을 덜고 볼 수 있도록 쿨하게 그려낼 것”이라며 “당시 신군부의 시각으로, 그들이 광주를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드라마 도입부의, 최근부터 12·12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몽타주에는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에서 명패를 던지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도 짧게 들어간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