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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뚱보들의 반란’ 개그 상한가
2005-04-15

‘마른 인간…’ ‘출산드라’ 외모지상주의 풍자

요즘 살 빼기와 외모 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화제의 프로는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와 <폭소클럽>의 ‘마른 인간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사진).

‘출산드라’에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로 나오는 김현숙은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고 외쳐 시청자들의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김현숙은 “먹다 지쳐 잠이 들면 축복을 주리라”는 축언을 찬송가 ‘영광영광 할렐루야’에 맞춰서 방청객들의 호응을 유도한다. 초점 없는 눈, 무표정한 얼굴로 ‘말씀’을 전파하는 김현숙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뚱뚱교를 소재로 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사람에 따라서는 ‘마른 인간들이 더 이상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의외성을 노렸다”고 말했다. 뚱뚱하거나 마른 것은 가치 판단의 기준이 아닌데도, 그것이 옳고 그름을 가르는 기준이 되는 세태를 풍자하고 싶었다는 것.

폭소클럽의 ‘마른 인간에 관한 연구’ 역시 유민상이 <그것이 알고 싶다> 식의 분석으로 ‘마른 인간 지상주의’를 강하게 비판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주부터는 ‘마른 인간의 신문 속으로’라는 꼭지 속 꼭지를 만들어 신문 기사를 비만인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유민상은 “20~30대 3명에 1명꼴로 뚱보, 청년 비만 늘었다”라는 신문 기사를 두고 “217년 전 기사인데, 당시의 마른 인간들은 몰락했지만 우리(뚱보)가 지배할 것을 예언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이 꼭지의 작가 박하나씨는 “진행자 자신이 뚱뚱하다는 점을 당당하게 얘기하고 저질스런 용어 대신 비만과 관련한 과학적인 용어를 정색하며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강요하지 않는 점이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비만형 시청자는 “이 시간만큼은 내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뚱뚱한 친구들도 이 코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얼짱’ ‘몸짱’을 부추기는 대중매체 속에서 ‘뚱보’들의 반란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이 세상에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라는 ‘출산드라’의 외침이 실제로 이뤄지리라고 여기는 이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이들 프로가 대중매체가 퍼뜨리는 외모 지상주의에 딴죽을 걸며, 뚱뚱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