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온 플러스 4월14일(목) 오전 4시10분, 4월17일(일) 밤 11시
시작부터 끝까지 ‘섹스’만 하는 에로영화는 아무리 기발한 체위와 ‘막 죽을 것 같은’ 신음소리로 무장을 해도 금방 식상해지게 마련이다. 물론 에로영화를 정좌하고 진지하게 분석하며 보는 이들이 있을 리 만무하겠지만, 에로영화 제작진이 색다른 시도를 통해 새로운 쾌락의 세계로 인도해준다면 이를 마다할 이가 어디 있을까.
굳이 따지고 들자면, 그간의 에로영화는 ‘판타지’ 장르에 넣음이 옳다. 몇번을 돌려봐도 절대 따라할 수 없는 체위와 시간, 적절한 신음소리 등은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 수많은(좀 거창하게) 에로영화를 섭렵한 이후에 보이는 판타스틱한 섹스신은 흥분은커녕, 실소만 나오게 만든다.
에로영화를 보며 자신에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이들에게 <뱅버스>는 매우 ‘유익’한 프로그램이 될 듯싶다. <뱅버스>는 야하기로 소문난 국산 16mm 영화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성’에 많은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뱅버스’(BAng Bus)란 거리에서 헌팅한 여자와 카섹스를 벌이는 것을 뜻하는 속어. 직설적인 제목처럼 내용도 매우 노골적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어떻게 하면 괜찮은 여자와 ‘자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호진과 민우다. 인터뷰를 가장해 여성을 유인하겠다는 이들의 방법은 참으로 유치하지만, 영화 속 그녀들은 이런 뻔한 수에도 깜빡 잘도 속는다. <뱅버스>의 카메라는 유치원 선생이라는 지영이 그들에게 농락당하는, 그러다 결국 같이 즐기게 되는 모든 과정을 아주 자세히 묘사한다.
<뱅버스>가 ‘섹스’만 강요하는 다른 에로영화와 다른 점은 끈적끈적한 신음소리나 기예에 가까운 체위로 ‘흥분’을 강요하는 대신 두 남자의 퇴폐적인 대화로 관객을 흥분시킨다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가슴이 예쁠 것 같아요”, “벌써 흥건하게 젖었네”, “다리를 살짝 벌려봐요. 다리도 모델감이네” 등 그리 특별하지 않은 대사가 인터뷰라는 형식에 맞춰져 야릇한 쾌감을 선사한다는 사실. 거부하는 여자와 그를 달래는 남자들의 대화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관음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마치 그들의 카메라를 몰래 엿보고 있는 듯한.
총 2편으로 된 <뱅버스>는 인터뷰 도중 “여자도 즐기며 살라”는 민우의 말에 넘어가 그와 섹스를 나누는 지영의 이야기(1편)와 민우와의 너무 짧은 섹스가 아쉬운 지영이 다시 호진과 격정적인 섹스를 하는 것(2편)으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따끈따끈한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