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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콘텐츠도 퓨전 시대

다큐+드라마+연예오락+시사=?

지난 3일 한국방송 <일요스페셜> ‘4·3 뮤직 다큐멘터리-김윤아의 제주도’(사진)에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봄이 오면…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흰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김윤아의 <봄이 오면>의 서글픈 단조가 흐르자, 제주 돌하르방 둘레로 붉은 물길이 뿌옇게 흐려진다. 그리고 김윤아가 말한다. “1948년 4월3일 그날도 이처럼 아름다웠을까. 그 봄 이후 제주도에서는 3만여명이 숨져갔다. 그런데 바로 여기,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장르 혼합에 출연자까지 넘나들기

다큐멘터리에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장치가 사용되는 등, 방송의 장르 경계가 부쩍 희미해지고 있다. 시트콤과 드라마는 서로의 장점을 차용하고, 토크쇼 형식의 토론도 등장했다. 또 교양 프로에 뉴스가 등장하고, 뉴스에 연예 꼭지가 자리잡고, 오락 프로에 드라마가 도입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가수가 다큐에, 아나운서가 오락 프로에, 개그맨이 드라마는 물론 시사 프로에 등장하는 것도 흔한 일이 됐다.

최근 ‘만화 같은’ 드라마 붐을 일으킨 한국방송 <쾌걸춘향>이, 드라마가 시트콤의 규범을 따른 대표적 예다. 설정된 상황을 강조하고, 이에 따른 주인공들의 우스꽝스런 행동이나 튀는 대사에 주로 의존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쾌걸춘향>의 작가가 시트콤 보조작가 출신이라는 점은 우연이 아니다. 다른 코믹 드라마들도 에피소드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거꾸로 시트콤도 드라마를 닮아간다. <귀엽거나 미치거나>가 대표적인데, 그때 그때 주어지는 상황 설정 외에도 연속극적인 서사의 흐름이 주요한 장치로 이용된다. 다큐멘터리적인 사극이 나오는 것도, 다큐멘터리가 미니시리즈 형식을 띠는 것도 장르 혼합 현상을 보여준다.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생활과 관련된 상식이나 정보를 제공하던 아침 교양프로는 정치·사회적인 이슈를 다루며 시사 고발프로의 구실까지 하고 있다. 문화방송 <아주 특별한 아침>이 그런 경우다. 한편 한국방송 2텔레비전 <아침 뉴스타임>은 연예정보 꼭지를 끼워넣었고, 에스비에스 오락 프로 <일요일이 좋다>는 ‘반전 드라마’를 끌어왔다. 토론에 토크쇼 형식을 적용한 교육방송 <생방송 토론카페>도 최근 만들어졌다.

문화방송 <뉴스플러스 암니옴니>에 개그맨 이윤석이 별도 꼭지를 맡은 것도 방송 장르 혼합 현상과 맞물린 결과다. 개그맨들의 드라마 출연이 늘고, 아나운서가 오락 프로에 나오고,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이 시트콤 러시를 이룬 것도 같은 현상으로 묶인다.

“정통과 원칙으로 돌아가는 경향도”

장르 혼합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프로그램의 활로를 찾다 발생한 현상이지만 결과에 대해선 긍정과 부정이 공존한다. 한 방송사의 예능피디는 “장르 혼합은 프로그램의 변화를 찾다 보니 발생하는 일이지만, 치열한 창작의식이 결여된 적당한 장르 간 조합, 이를테면 드라마 붐에 편승한 ‘드라마 장르’의 남용 등은 프로그램의 본질을 훼손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장르 혼합 현상과 함께, 정반대로 정통 다큐나 정통 오락 프로 등 원칙으로 돌아가려는 경향도 아울러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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