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스타일리스트들이 사랑한 남자배우 5인
맏형 격인 <잠복근무>의 오광록부터 <말아톤>의 이기영, <달콤한 인생>의 김뢰하,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의 오달수 그리고 <귀여워>와 <남극일기>의 박희순까지 한자리에 모여 서니 격한 기운이 뻗어나왔다. 최근 충무로의 큰 영화들 가운데 이들만큼 돋보이는 조력자들은 또 없는 듯하다. 수컷다운 매력을 발산하는가 하면, 툭툭 털어내면 저잣거리의 먼지들이 자욱할 것 같은 리얼리티가 뿜어나오고, 어딘가에 암흑가의 비정한 생리도 숨겨두었을 듯한 다섯 사내들. 박찬욱이나 김지운, 류승완 등 스타일리스트뿐 아니라 관객이 이들을 즐겨 찾게 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얼굴엔 이야기가 쓰여 있다.
다섯명이 촬영을 위해 각기 다른 동작을 취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했다. 그들을 지켜보는 17명의 기자, 영화사 직원, 매니저들은 그 이야기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떼지 못하고, 디카로 그 기억을 남기느라 바빴다. 촬영을 마친 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오광록의 막걸리 제안에 흔쾌히 응한 것은 이곳이 선유도, 신선이 노니는 섬이어서였을까. 봄바람 부는 한강변에 모인 다섯 사내들에겐 시정이 넘쳤고, 지는 해와 강바람은 좋은 안주가 되었다. 기자들은 마감도 미루어두고 다섯 사내들이 걸어놓은 시동에 말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