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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풍자의 봄날 왔다

‘뚱뚱교’…8명의 부모…12각 애정관계

<개그콘서트>의 뚱뚱교 교주

희극의 본령이 풍자라면, 이 봄 방송 희극의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다.

‘뚱뚱교’ 교주는 먹거리에 신성을 부여해 외모 지상주의와 맹신적 종교 행태를 격렬히 뒤틀고, 한 여고생에 딸린 8명의 부모들은 극단적인 가족해체와 파편화된 현대사회의 개인들을 비꼰다. 그런가하면 흡혈귀와 인간들의 얽히고설킨 12각 관계는 3~4각 관계가 기본인 기존 드라마의 애정 구조는 물론,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초현대식 사랑법을 꼬집어댄다. 종교와 가족 등 풍자의 대상에서 성역처럼 존재하던 것들이 풍자의 도마 위에 제대로 오른 판이라, 날아드는 비판의 창끝이 따가울 법도 하지만, 시청자들은 풍자의 감칠맛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종교등 성역까지 패러디 대상으로

뚱뚱교 교주 ‘출산드라’는 지난달 20일부터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에서 “먹어라! 네 시작은 삐쩍 골았으나, 끝은 비대하리라”며 교리 설파에 나섰다. 비대함이 신의 축복인 출산드라에게 고등어는 “소금의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30분만에 맛있는 음식으로 부활”하는 경배의 대상이다. 그래서 ‘마른 인간’은 불쌍한 영혼이고, “이 세상이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곧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라는 외침이 울려퍼진다. 외모 지상주의와 다이어트 열풍을 향한 칼날은 시사의 영역으로도 넘어간다. ‘차림표서 육계3장 치킨2절의 말씀’이다. “망언을 일삼는 일본 대사관 앞에서 그는 스스로 배를 가르시고 밤, 대추, 인삼에 제자들과 함께 찹쌀을 품으사 스스로 자기 배를 꿰매시는 고난의 길을 가셨습니다.” 일본을 비판함과 동시에 극단적인 행동에 대한 은근한 꼬집음도 빼놓지 않는다.

에스비에스 시트콤 <귀엽거나 미치거나> 4일치에는 8명의 부모가 등장했다. 친부모와 계부·계모에 대부·대모, 여기에 부모의 이성친구들까지 가세한다. 18살짜리 여고생 신혜의 가족이다. 이들이 별 다른 불편함 없이 모두 모여 신혜의 이삿짐을 정리하는데, 신혜의 학교 자퇴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여느 부모의 그것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져 있다. 오히려 16살 많은 학원 교사이자 연인인 승수가 부모처럼 걱정하고 고민할 뿐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신혜와 승수의 관계를 전혀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신혜를 승수 집에 맡기려고 애를 쓴다. 부모의 이혼과 가족 해체에 대한 풍자가 직접적이라면, 청소년 문제를 향한 고민은 조심스럽고 희미하게 드러난다.

<안녕, 프란체스카>

애정의 12각 관계도 등장했다. 문화방송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4일치에서다. 희진은 켠을, 켠은 혜련을, 혜련은 용주를, 용주는 다시 희진을 좋아한다. 한편, 성주는 려원에게, 려원은 주현에게, 주현은 프란체스카에게 사랑을 표현하지만, 프란체스카가 반해버린 성주는 려원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여기에 켠을 좋아하는 병철이 합세하고, 장 선생은 이들 곁을 배회하며, 용주의 엄마는 혜련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프란체스카를 좋아하는 두일은 외따로 남겨진다. 3~4각 관계가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인 드라마를 시트콤이 극단까지 몰고간 결과다. 드라마는 물론 현실의 복잡한 인간·애정관계와 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인 인간 소외까지 짚어낸다.

비판 피할수 없으니 여유도 필요

그러나 풍자가 매질을 피해가는 일은 쉽지 않은 법이다. ‘뚱뚱교’는 기독교를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8명의 부모’는 “허무맹랑한 모습이 어이없다”고 지적 받았다. ‘12각 관계’도 풍자에만 매달려, “정작 알맹이를 빠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날카로운 비판을 피해가며 풍자의 싹이 자라나야 한다면, 제작진의 피땀어린 노력과 함께 시청자들의 여유있는 감상태도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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