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들의 잇따른 조기종영이 결정됐다. 지난 2월18일과 1월29일 각각 첫 전파를 탄 <이문세의 오아시스>와 <퀴즈의 힘>이 일찍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오아시스>는 지난 1일 마지막 방송을 했고, <퀴즈의 힘>은 오는 16일 종영된다. 연예인 잡담 위주의 기존 토크쇼 경향에서 벗어나 정통 토크쇼를 표방한 <오아시스>나, 고교 동문끼리 팀을 꾸려 퀴즈 대항전에 나선 <퀴즈의 힘>이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아오던 터라,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시청률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도 봇물을 이뤘다.
문화방송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조기종영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낮은 시청률이지만, 이면에는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한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편성 시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까닭이 있다. 특히 주말 프로그램의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 주말 저녁 시간대 정리에 나서면서, 금요일 밤과 토요일 저녁 시간에 방송되던 <오아시스>와 <퀴즈의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 개편에 역점을 두면서,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문순 사장의 취임 뒤 주말 프로그램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가장 잰 걸음을 보여온 곳이 예능국이었다.
시청자 붙잡으려 대대적 물갈이
문화방송이 앞둔 예능 프로그램 개편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고, 두번째는 특정 세대·계층이 아닌 온 가족이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주말 저녁 방송되는 2시간짜리 버라이어티쇼에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고, 토요일 저녁 6~8시에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쇼 가칭 <토요 와이드>가 신설된다. <오아시스>의 여운혁 피디가 책임피디를 맡게 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우 새 꼭지들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오랜 시간 방송돼 시청자들의 흥미가 다소 반감된 ‘브레인 서바이버’나 옛날 ‘게릴라 콘서트’의 아류라는 혹평을 받고 있는 ‘주먹밥 콘서트’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 저녁 버라이어티쇼로 신설될 가칭 <토요 와이드>는 이번 주말께 제목을 최종 결정하고, 본격 제작에 나선다. 주5일제가 본격화되며 공휴일과 다름없어진 토요일 저녁의 폭넓은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오락프로를 목표로 한다.
토요 버라이어티쇼 신설, ‘일밤’ 강화
이와 함께 지난달 첫 선을 보인 본격 스탠딩 코미디 <코미디쇼! 웃으면 복이 와요>는 애초 밤 시간대로 방송시간을 옮기려던 계획을 접고 일단 내실을 기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각 꼭지들이 안정되는 대로, 밤 시간대 이동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는 연예인 신변잡기를 지양하고 유익한 정보를 함께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의 변화를 준다는 방침이다. <음악캠프>는 이미 지난달 19일부터 생방송으로 전환했고, <섹션티브이 연예통신>은 연예인 사생활 쫓기에서 벗어나 심층기획물을 한 꼭지씩 집어넣어 보다 깊이있는 연예저널리즘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문화방송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는 평양 현지 제작 등을 추구함과 동시에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안정성을 다져나간다. 이번에 <퀴즈의 힘>이 폐지됨으로 없어진 퀴즈 프로그램은 다음 개편 때 재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영희 문화방송 예능국장은 “방송이 연예인들의 사유화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은 젊은 계층 등 특정층만 겨냥하는 것을 지양하고,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