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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vs DVD] 프랑스와 일본 68세대들의 절규
2005-04-01

<에로스+학살> vs <엄마와 창녀>

포스트 68혁명의 대표작 <에로스+학살>과 <엄마와 창녀>는 혁명의 숨결을 가장 거칠게 내쉰 프랑스와 일본에서 태어난 슬픈 아이들의 노래다. 절망과 한숨으로 1970년을 시작한 그들은 에로티시즘이란 이름의 은밀한 사랑을 통해 시대의 불안과 혼란을 증언한다. 에로티시즘으로 스스로를 비판하고, 섹스가 사회와 영화에 전면적으로 노출될 시간을 예언했으며, 희망과 종말에 대해 질문한 두 작품은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와 <감각의 제국>의 명백한 탯줄이다.

<에로스+학살>은 무정부주의자 오스기와 세 여자를 1969년의 시점으로 불러낸다. 아내 야스코와 지식인이자 돈줄인 이츠코 그리고 동지이며 연인인 노에 사이에서 그는 자유연애를 빌미로 셋을 착취한다. <엄마와 창녀>의 알렉상드르는 혁명과 자유, 여성해방을 이야기하지만, 기실은 세 여자- 동거녀 마리, 간호사 베로니카, 옛 연인 질베르트- 에게 기생하는 존재다. ‘창녀+연인+엄마=생식기와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하부구조’의 등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에게 여섯 여자가 대응하는 방식은 두 영화를 다른 곳에 위치시킨다. “그를 찌른 건 칼이 아니라 사랑이야! 죽음은 최고의 쾌락이야!”라는 대사처럼, 소유하지 못해, 소유를 위해 죽음을 택하려는 <에로스+학살>의 여자들은 ‘성과 죽음’이란 금기에 대항하면서 에로티시즘의 본질에 다가간다. 반면 <엄마와 창녀>의 여자들은 미국식 멜로를 빈정거리는 남자에게 “너의 이야기는 우습고 겉치레에 빠졌어. 그만해”라는 말밖에 하지 못한다. 소통에 이르지 못하는 그들의 관계는 우울하며, 섹스할 때 죽음을 생각한다는 말은 공허하다. 프랑스가 아닌 동양의 영화가 오히려 사드와 보들레르와 주네 그리고 바타유의 충실한 후예란 점이 흥미롭다.

장 외스타슈와 동거했던 <엄마와 창녀>의 실제 모델은 시사를 본 뒤 목숨을 끊었고, 괴로움과 가난 속에서 살던 외스타슈도 8년 뒤 자살했다. 그리고 <에로스+학살>의 오스기와 노에는 1923년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들과 함께 학살됐다. 그들 앞에서 섹스의 허전함과 육체의 비애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의 관계는 삶의 고통을 확인하는 것이었으며, 외부의 악질들은 생각보다 강했다. 허무와 폭력 속에서 안식처를 구한 개인의 이야기는 그렇게 정치성을 획득한다.

<에로스+학살>은 4개의 박스로 출시된 요시다 기주 전집 중 ‘성과 정치의 계절편’에 216분의 긴 버전과 함께 수록됐다. 3장짜리 ‘장 외스타슈 컬렉션’은 지금 그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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