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처럼 늘 주위에 보디가드를 병풍처럼 두르고 다니는 슈퍼스타가 어디 한두 사람일까. 얼마 전 방한한 르네 젤위거는 일개 소대 병력의 보디가드를 끌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시사회, 공연장, 호텔 등 이들이 다니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보디가드의 실체를 기자들이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기자라면 한치라도 가까이 스타 곁에 다가서려다가 보디가드에게 제지를 받은 기억이 있을 테지만 그들과 직접 부대낄 일이 없는 취재기자들에게 보디가드란 유령처럼 스타의 주위를 떠도는 투명 보호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예민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감독과 제작자가 보디가드를 대동하기에 이른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 이후에야 기자들은 보디가드의 실체를 코앞에서 똑바로 보게 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봤지만 정작 존재감은 처음 느끼게 된 그들이 새삼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의 보디가드 재희가 보여준 그 로맨틱하고 폼나는 세계는 과연 어떤 세계일까.
<한국일보> 1990년 1월21일치 기사는 보디가드회사가 드디어 한국사회에도 등장했다고 적고 있다. ‘인신매매와 조직폭력이 갈수록 흉포해져’가지만 경찰력에 한계가 있어 보디가드(신변경호인) 서비스 산업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는 기사다. <동아일보> 1990년 2월13일 ‘횡설수설’도 경찰을 믿을 수 없는 치안부재 상태가 계속되자 요즘 사설경비업체가 신바람났다며 범죄불감증에 걸릴 정도의 치안백지 상태가 보디가드 산업을 번창하게 했다고 지목했다. 이 기사는 가족신변보호를 원하는 권력층과 재벌그룹의 사장, 사채놀이 업자 등 음성소득자들이 주계약자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즘 보디가드 하면, ‘어깨’들이 조금 좋은 양복을 걸치고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모양새가 아니라 전문직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여자 VIP와 남자 경호원 사이에 사랑이 불타오르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보디가드>부터 여러 영화와 드라마들이 보디가드의 로맨틱해 보이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 탓일까. 이권개입이나 사채놀이 업자 보호 같은 건 왠지 그들과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늘씬한 키와 뚜렷한 이목구비, 잘 차려입은 정장 안에는 총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귀에는 이어폰, 소매에는 잘 감춰둔 송신기. 상상만 해도 근사하다. 최근만 해도 르네 젤위거, 주성치를 비롯해 테니스 선수 샤라포바 곁에 바싹 붙어 있는 보디가드의 모습이 먼저 생각나지 않는가.
88올림픽 때부터 꿈틀, 경호 고등학교까지 신설
한국경호경비학회에 따르면 등록된 경비회사만 1600여개에 이르고 종사자도 11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전국 수십개 대학엔 경호 관련학과가 있고 경호 고등학교도 생겼다. 그러나 누구를 경호해야 하는 게 어디 그리 영화처럼 폼만 나랴. 한여름 삼복더위에도 양복 상의 못 벗고,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달랑 양복 상의 차림이니, 겉은 화려하나 속은 골병이 드는 게 바로 보디가드란 직업 아닐까. 경호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한 건 88년 서울올림픽 때부터라는데, 그때부터 우후죽순, 보디가드 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니 대학들도 앞다투어 경호학과 신설하며 우수한 인재들이 경호학과로 몰려왔다. 인기경비업체는 입사 경쟁률 70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는 고공행진이나 실제 활동하는 업체들은 등록업체의 절반도 안 되고, 의전행사가 없으면 월급도 주지 못하는 데가 많다는 게 이쪽 바닥의 냉엄한 생존논리다. VIP와 스타를 주로 맡아온 보디가드 네명을 만나 보디가드의 일상을 들었다.
네.글.자.로 알아보는 보디가드 세계
* 견마지로 _ 한 자세로 10시간, 발가락에 굳은살
개나 말처럼 주인(의뢰인)에게 충성하면서 생기는 대표적 고질병은 발가락의 굳은살. 한자리에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 주는 고약한 선물이다. 심하면 한자리에 10시간 넘게까지 서 있어야 하니 혈액순환이 안 된다는 게 보디가드들의 고충이다. 숙소에 들어가면 다리를 의자 위에 올려놓고 쉬어야 할 정도다. 물론 이들이 신고 있는 것은 푹신한 웰빙 슈즈가 아니라 검은색 정장구두다. 여성 보디가드의 굽 높은 구두가 안길 고충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극진한 서비스를 잊지 않고 의뢰인이 다시 찾아주었을 때 이 모든 고생은 봄날 눈 녹듯 사라진다고 보디가드들은 입을 모은다. 늘 누군가를 위해 살다보니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 단추를 대신 누르기만 해도 놀라게 된다고.
그럼 견마지로의 대가는 얼마일까? 백성희씨는 중소기업보다는 많고 대기업보다는 적다고 말한다. 이용주씨는 남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여성 보디가드는 의뢰인을 배려하는 섬세한 마음씀씀이로 보디가드 업계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게 캡스 정연흥 팀장의 설명이다. 보석, 패션 등의 행사이거나 남성 보디가드만 있을 경우 자칫 분위기가 딱딱해질 수 있을 때 여성 보디가드를 의뢰한단다(이용주).
* 고대광실 _ 고생의 깊이만큼 대가는 높게
그러나 잠은 일급 호텔에서 잔다. 사실 고생만 내리 할 것 같지만 고생의 수준은 비할 바 없이 높다. 일급 호텔 안에서 하는 고생이니 모르는 사람 보기엔 호강일 수도 있겠다. 의뢰인이 VIP라서 호텔 한층을 털어서 숙박하는 경우가 많고, 늘 의뢰인 곁에 있어야 하니 목욕탕과 화장실까지 함께 공유하는 수도 있다. 의뢰인이 24시간 곁에 있기를 바란다면 어쩔 수 없는 일.
* 구상무취 _ 입 안은 항상 깨끗하게
보디가드의 수칙 가운데 하나는 절대금연. 행사 중 담배를 피울 수도 없고 입냄새를 낼 수도 없다. 의뢰인이 요구하는 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폼’이다보니 껌을 질겅질겅 씹을 수도 없다. 정 피우려면 업무가 다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피워야 한다. 금연을 원하면 보디가드가 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술도 당연히 금기사항이다. 대개 술은 행사가 종료된 뒤 몰아서 폭주를 하게 된다.
* 독수공방 _ 연애? 시간이 있어야지!
사생활도 없고 연애도 없다. 물론 세인들의 입에는 보디가드의 로맨틱한 결혼담만 떠다닌다. 미국의 신문재벌인 윌리엄 허스트의 딸 패티 허스트는 자신의 경호원이었던 버너드 쇼와 결혼했다. 모나코의 스테파니 공주도 자신의 전 경호원 사이에 아들을 두었다.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딸도 대통령 비밀 경호원과 결혼했다. 그러나 보디가드의 머피의 법칙은, ‘약속을 정하면 행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행사 때는 전화연락도 하지 못하니 연애는 고사하고 인맥이 저절로 나가떨어진다. 캡스 정연흥 팀장처럼 의뢰인의 통역과 마음이 통해 결혼까지 하는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 이상 그리고 학과커플로 시작해 결혼까지 골인하지 않는 이상 결혼은 자칫 불가능한 업무가 될 수도 있다. 애인이 있더라도 경비업체에 입사하면서 바로 헤어지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슬프지 않은가. “동료 백성희씨 결혼식에 아무도 가지 못했다”(박문환)면 일러 무삼하리요.
* 무림고수 _ 단일종목 3∼4단 이상은 기본
무술 유단자만 보디가드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단일종목 3∼4단 이상이 기본 요건이다. 태권도 1단에 유도 2단이니 합쳐서 3단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절대 안 된다. 키도 훤칠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남자는 대략 180cm 이상, 여자는 170cm 이상을 요구한다. 호빗족은 절대 보디가드가 될 수 없다는 신장차별의 슬픈 얘기는 오랫동안 내려오는 보디가드의 전설이다. “무술 4단이란 사범 자격증을 뜻한다. 한 종목을 10년 이상 했다는 뜻인데, 돌발상황에서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나오려면 이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게 김용우씨 얘기다. 그러다보니 단체 회식보다는 단체 운동이 많은 게 이쪽 업계다. 준체육인인 만큼 스트레스도 인라인, 스키, 스킨스쿠버 등 운동으로 푼다. 병영과 비슷한 무림에서 있다보니 남녀 할 것 없이 말투가 ‘∼습니다’ 로 끝난다. 긴급상황에서 ‘∼씨, 해주실래요’처럼 부드럽게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
* 무한봉사 _ 문 열어주기 등 사소한 것부터
보디가드는 철저하게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문을 먼저 열어주고 엘리베이터 단추를 누르는 사소한 친절부터 몸에 밴 됨됨이가 없으면 힘들다. 멋있는 폼에 반해 들어온 이들 대부분이 중도에 그만두더라는 게 이용주씨의 전언이다. 김용우씨는 많은 이들이 귀에 꽂은 레시버와 이어몰드를 보고 보디가드의 세계를 동경하며 보디가드의 세계에 들어오지만 강한 책임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고 말한다. 더 힘든 것은 사실 봉사가 아니다. 절대 먼저 공격할 수 없고, 늘 방어를 우선시하다보니 일이 갑절로 힘들어진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고백이다. 플라스틱 수갑 등 장비에 대해 물어보니 박문환씨는 이렇게 답한다. “가스총 등 보디가드의 장비는 쓰여서도 안 되고 쓰지도 않게 되는 일종의 의전용 도구”라는 것이다. 줄여서 말하면 폼이란 뜻이 되겠다. 보디가드는 ‘의뢰인이 곧 인맥이 된다’라고 믿어야 한다(이용주). 아마 이런 마음가짐 없이는 녹록지 않은 일이 바로 보디가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보디가드들은 정작 자신이 모셔야 할 사람들이 사실 돈 많은 VIP들보다는 폭력에 노출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인데 그런 이들을 돕지 못하는 실정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엠세트 같은 업체는 1366 여성폭력의 전화나 샤론의 집 등을 봉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 묵묵부답 _ 보고 듣고 말하지 말라
보디가드의 금기는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보디가드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 한국과 해외를 오가는 VIP는 인천공항 VIP 주차장에서 모시는 순간부터 입을 다물고 그에 관한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야 한다. 데이비드 베컴의 극비정보를 경호회사가 몰래 유출한 사건 같은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 데이비드 베컴의 경호를 맡았던 경호회사가 베컴의 극비정보를 담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몰래 빼돌린 사건은 보디가드의 기본을 망각한 사건이다.
* 상시대기 _ 24시간 휴대폰 ON
이것은 미녀 서비스 24시간 대기의 과부촌 홍보문구가 아니다. 보디가드는 24시간 휴대폰을 켜둬야 한다. 언제 어디서고 터질지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 비상연락망을 늘 가동시켜야 한다. 백성희씨는 보디가드는 운동을 할 때도 휴대폰을 손에 쥐고 러닝머신에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과의 외식은 갑자기 취소될 수 있고, 연인과의 약속은 언제나 연기될 수 있어야 한다. 열두달 내내 행사가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이렇듯 보디가드의 일상은 의뢰인의 시간 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남는 시간은 체력보강, 체력보강, 체력보강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병이 든다는 이용주씨의 말처럼 상시대기는 바로 체력보강의 시간이다. 휴가도 물론 대기의 시간이다. 휴가 계획을 세워놓아도 계획은 늘 갑자기 나타나는 의뢰인에 의해 취소된다.
* 생리불순 _ 생리적 현상도 상황봐서
보디가드는 의뢰인보다 먼저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든다. 자나깨나 의뢰인 생각, 그게 보디가드의 머릿속에 든 전부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리기능도 일시적으로 멈춰야 한다. 의뢰인이 지나갈 동선을 미리 파악하고 필요하면 그 동선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 분석하는 일부터 의뢰인 근처에 와서 위협이 될 수 있는 인물 파악, 그리고 행사인원 파악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강풍과 폭우 같은 기상조건부터 생리 같은 육체적인 난관까지 모두 의뢰인을 위해 이겨내야 한다. 김영우씨는 이런 육체적 피로보다 항상 긴장해야 하는 정신적 피로가 더 크다고 호소한다. 이영주씨는 여성 보디가드는 화장까지 해야 하니 더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스스로 원한 고통이다.
* 팔방미인 _ 운전, 비서, 통역, 엔터테이너 역할까지
기본적인 영어회화부터 스키와 보드, 그리고 운전까지. 보디가드라는 일은 예전처럼 신변보호만 하는 게 아니다. 스케줄 관리, 운전, 비서, 통역, 그리고 의뢰인의 엔터테이너 역할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박문환씨는 박세리 골퍼가 보드를 즐겨 하면 같이 보드를 탈 수 있는 정도까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엠세트의 강영식 본부장은,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늘 함께 있어야 하고 의뢰인이 좋아하는 레포츠 예를 들면 수영이나 스키 등도 일정 실력 이상이 되어야 의뢰인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용우씨는 예전처럼 어깨들이 보디가드를 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종합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민첩하며 융통성도 요구된다고 말한다. 통역이나 불필요한 영접행사가 드물어지는 추세라 보디가드가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어야 한단 얘기. 의뢰인의 동선을 빠끔하게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지리에도 능통해야 한다. 동선을 미리 답사하며 길을 숙지하기에 웬만한 택시기사보다 길눈이 훤하다. 그만두면 택시기사 해도 되겠다는 게 이들의 농담 아닌 농담.
* 폼생폼사 _ 검정 양복과 흰 와이셔츠
보디가드 첫해의 월급은 검은색 정장을 사느라 다 나간다. 보디가드라면 철마다 두께는 다르고 색은 같은 10벌 이상의 검은색 정장과 수십벌의 흰 와이셔츠를 갖추고 있다. 삼복더위에도 와이셔츠에 걸친 장비를 노출시킬 수 없기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양복 상의를 갖춰 입고, 겨울엔 몸이 둔해질까봐 내복과 외투도 없이 겨울 찬바람을 다 맞고 의뢰인을 보호해야 한다. 행사가 끝나고 숙소에 돌아가선 바지의 날을 칼처럼 잡는 다리미질이 주일과다. 머리는 헤어젤 등으로 잘 빗어넘겨야 하고 구두코는 광택이 나야 한다. 정장을 모두 값비싼 걸로 사지는 않지만 폼이 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다만, 몸싸움이 있을 것 같다 하면 조금 덜 좋은 양복을 입고 나가는 경우는 있다. 해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여성 보디가드도 폼내는 데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남모르는 고충은 남자보다 크다. 가령, 여성 정장엔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휴대폰을 허리띠에 폼 안 나게 걸어야 한다. 그러나 매번 검은색 정장만 고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의뢰인이 골프를 치러 나갈 땐 골프 복장을 하고 의뢰인 곁을 지켜야 한다. 물론 이때도 점퍼를 걸쳐야 한다. 무전기와 삼단봉, 가스총 등 장비를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골프장에서 혼자 튀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디가드의 멋은, 자신을 숨기고 의뢰인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 안에서 낼 수밖에 없다. 키도 의뢰인에게 맞춰야 한다. 아무리 늘씬하고 훤칠해도 의뢰인보다 더 키가 크면 곤란하다. 이런 때는 의뢰인의 키에 맞춰서 보디가드를 고른다. 의뢰인은 프로크러스테스의 침대인 것이다.
* 풍찬노숙 _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자’
찬 데서 외투 벗고, 무더울 때는 외투 입고. 추운 데서 먹고 길거리에서 잔다는 이 사자성어만큼 보디가드의 세계를 잘 설명해주는 말도 없다. 보디가드는 자신의 신체를 삼시 세끼형에서 비축형으로 바꿔야 한다. 밥 먹는 시간이 제대로 있을 수 없으니 늘 소화불량의 위협 아래 있는 보디가드의 몸. 좋은 의뢰인을 만나면 밥 먹는 시간이 주어질 수도 있지만 언제나 보장되는 게 아니다. ‘미리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먹어두자’가 보디가드의 생활신조다. 일례로, 의뢰인이 골퍼라면 새벽 5시30분에 나와서 18홀을 다 돌 때까지 먹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배고프다고 중간에 초코바 같은 것도 먹지 못해요. 품위유지를 위해서죠.”(이용주) 체력 비축을 위해서 보양식을 즐겨 먹기도 한다.
보신탕은 단체 회식의 단골메뉴다. 다행히 24시간 3교대 시스템, 2∼4인 1조 팀 시스템으로 운영하지만 그렇다고 화장실을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의뢰인을 만나기 전 모두 해결하거나, 의뢰인이 갈 때 화장실을 따라가지 않으면 나중엔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 막을 일이 된다. 단독으로 의뢰인을 보좌할 경우에 베테랑을 쓰는 것은 이런 이유.
4인 보디가드 소개
이용주. 26. 경호학과 졸업. 2년차. 태권도 4단. 처음 들어왔을 때 옷값 대는 게 벅찼다는 그녀. 초기엔 자기가 모시는 의뢰인과 자신과의 현격한 경제력 차이 때문에 속이 상했지만 이젠 괜찮다고.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피자 한판을 다 먹을 정도로 체력과 식욕이 왕성하다. 다행히 학교 다닐 때 애인을 만들었다.
김영우. 31. 유도학과 졸업. 6년차. 유도 4단. 수행한 사람 가운데 마이클 잭슨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보디가드를 다룬 영화로 보디가드의 현실에 가까웠던 영화는 덴젤 워싱턴 주연의 <맨 온 파이어>를 꼽았다. 두 아이와 아내를 자주 만나지 못하는 게 큰 아쉬움이다.
백성희. 32. 체육학과 졸업. 5년차. 해병대 중위 출신으로 유도 4단이다. 얼마 전 결혼에 성공했다. 최경주 골퍼 전담을 맡고 있다. 의뢰인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받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고 말한다.
박문환. 30. 유도학과 졸업. 5년차. 경호학을 부전공했고 역시 유도 4단이다. 보디가드는 단순한 신변경호뿐 아니라 통역 및 비서, 나아가 멀티 엔터테이너가 되어 의뢰인을 행복하게 해야 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