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로 열받아 ‘…이순신’ 보며 “왜군격파” 주말 옥포해전으로 통쾌한 불패신화 첫발
23전23승의 불패 신화를 남긴 충무공 이순신이 한없이 그리운 때다. 하지만 7년여 참혹했던 임진왜란의 빛나는 영웅은 누구보다 전쟁을 괴로워했다. 전란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백성과 전투에서 목숨을 잃어간 부하들을 누구보다 슬퍼했던 휴머니스트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는 침략과 살육을 멈추기 위해서라도 평화를 짓밟는 왜군을 철저히 응징하고자 했다.
독도 문제로 반일감정의 파도가 치솟고 있는 이때, 시청자들은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며 한국방송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서 현실의 억울함을 풀고 싶어한다. 이런 연유에선지 지난 20일치 <불멸의 이순신>의 가구시청률은 27.2%(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를 기록하며 이전까지의 평균 가구시청률 19.6%를 훌쩍 넘어섰다. 극중 임진왜란이 막 시작된 터에 가슴 후련하게 해 줄 장쾌한 승리가 화면 가득 펼쳐지길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보상심리가 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12일 방송에서 거북선이 진수식 중 침몰하자 시청자들이 ‘역사왜곡’이라고 비난한 일이나, 19~20일 초라하게 무너지는 조선군과 지나치게 신중한 이순신의 모습에 실망했다는 의견들이 쏟아진 데에서도 발견된다. 26일치 가구시청률이 23.9%로 잠시 떨어졌다가 27일 25.5%로 다시 상승했으나 여전히 전투 장면이 나오지 않자, 시청자들은 “우롱하냐”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일감정에 매몰돼 극단적 민족주의나 호전적인 승부욕에 치우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겠으나, 몇 주 전부터 전투 장면을 시작한다고 예고편을 내보내놓고 약속을 어기는 것은 상업적인 의도에 따른 것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불멸의 이순신>은 애초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겠다던 초점도 살짝 뒤틀린 듯하다. 초희 역의 김규리를 제외해 멜로 라인을 제거하는 한편, 이순신과 선조와의 갈등선을 강화해 좀더 강한 모습의 이순신을 그리기로 한 것이 그렇다. 이와 함께 오는 4월2일 본격적으로 옥포해전이 펼쳐지면서 그토록 학수고대한 해상전투 장면이 줄곧 이어질 예정이어서 시청자들의 불만은 일단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불멸의 이순신>의 해상전투 장면은 전북 부안에서 실제 크기로 복원된 배와 출연자의 모습을 찍고, 수원드라마센터에서 미니어처로 제작된 배와 인형, 출연자들의 연기 등을 합쳐 특수촬영한 뒤,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대수군
충무공 역을 맡은 김명민은 “드라마가 뜸을 많이 들이는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 나오는 7차례의 해전은 1~4회에 나온 전투 장면보다 공을 많이 들이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한 척의 배도, 한 사람의 부하도 잃지 않고 완승하는’ 옥포해전에 이어 거북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사천해전이 펼쳐지고, 한산도해전, 부산포해전이 잇따른 뒤엔 충무공이 삼도수군통제사에 오른다. 그 뒤 선조의 견제로 백의종군의 시련을 다시 맞았다가 원균이 칠천량전투에서 대패하자 이순신은 삼도수군통제사 자리를 되찾으며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을 치른다.
통쾌한 완승의 해상전투 장면을 위해 제작진은 지난해 부산해운항만청으로부터 폐선을 기증받아 거북선 1척, 판옥선 2척, 왜선 2척, 명선 1척을 실제로 만들었다. 폐선의 상갑판을 뜯고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겉모습을 입힌 뒤 실제 300마력짜리 엔진을 달아 운항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든 거북선의 길이는 26m에 이른다. 실제 촬영은 부안 앞바다로 이 배를 몰고 나가 이뤄진다. 주로 배끼리 대치하거나 부딪치고 포를 쏘는 장면을 촬영하기 때문에 실제 연기자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라 물이 빠진 뒤 배가 펄 속에 놓여 촬영에 어려움을 겪고, 부안 앞바다가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촬영이 쉽지 않다.
연기자들은 주로 한국방송 수원드라마센터에서 해전장면을 촬영한다. 주로 거북선 안에서 노를 젓는 격군이나 사수 등이 그렇다. 또 수원센터에는 국내 유일의 수중장면 특수촬영 세트가 있어, 실제의 절반 크기로 제작된 미니어처 거북선과 왜선, 판옥선 등을 이용해 위험부담이 큰 폭파 장면 등을 크로마키 배경으로 촬영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에 컴퓨터 그래픽이 사실감과 박진감을 더한다. 한국방송 특수영상팀 등은 적은 수의 배를 몇 배 넘는 대수군으로 변모시키고 전운이 감도는 실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불멸의 이순신> 미술감독인 정홍극 한국방송 아트비전 차장은 “이번 해전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면서도 “지난 1~4회에서 이미 선보인 해전 장면에서 지적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최대한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멸의 독수리 5형제’
전라좌수영의 다섯 장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는 이순신이 이끄는 전라좌수영의 훌륭한 무장들이 줄줄이 나온다. 최근엔 사도첨사 김완의 코믹한 캐릭터가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에선 이순신을 보좌하는 다섯 장수들을 ‘불멸의 독수리 5형제’라고 이름짓기도 한다. <공포의 외인구단> 같은 인물 구성이 재미를 더한다.
첫째 손꼽히는 이가 지략가인 순천부사 권준이다. 문신으로 다른 무장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만, 천문과 병법에 두루 뛰어나 이순신에겐 제갈공명 같은 오른팔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둘째는 방답첨사 무의공 이순신이다. 충무공의 이름과 독음이 같다. 바위보다 과묵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순신은 충무공 아래서 중위장·정부장으로 활약하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다. 전현이 역을 맡았다.
살아있는 물길 지도라고 불린 광양현감 어영담이 셋째다. 김진태가 연기하는 어영담은 물길을 따라 유랑하기를 즐겼던 낭만적인 인물이다. 해상 전투에서 물길 알기가 가장 중요함을 아는 이순신이 우연히 인연을 맺고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장수다. 옥포해전에서 공을 세워 이듬해 조방장에 임명되나, 곧 돌림병으로 세상을 뜬다.
다음이 사도첨사 김완이다. 천성이 게을러 싸우기는 싫어하고 놀기만 좋아하는 인물이지만, 이순신을 만나 뛰어난 장수로 변모한다. 특히 김완 역을 맡은 박철민의 코믹한 연기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극 전체 분위기에서 박철민 특유의 즉흥연기가 일품이다.
군관 송희립이 다섯째다. 김명국이 연기하는 송희립은 곰 같은 거구를 지녀, 임진왜란 때 지도만호로 용고를 잘 치는 타고난 독전가로 한몫을 해냈다. 관음포전투에서 총탄을 맞고도 끝까지 북을 치며 전투를 독려했던 맹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