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온 플러스 3월25일(금) 밤 11시
확실히 상상력의 힘은 세다. 2003년부터 성인용 애니메이션을 편성한 성인 채널들은 한결같이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고 입을 모은다. 매일 밥만 먹다보면, 때론 스테이크도 먹고 싶어지는 법이라며. 때문에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은 (영화와 달리) 손대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가슴과 풍만한 엉덩이에 개미허리, 떡 벌어진 어깨와 탐스러운 허벅지에 우뚝 솟은 튼튼한 심벌이라는 ‘말도 안 되는’ 몸매를 갖고 있기가 일쑤다. 여자들의 놀라운 신음소리와 남자들의 신비에 가까운 기교는 또 어떻고.
캐치온 플러스가 오는 3월25일 국내 최초로 전파를 내보내는 일본 애니메이션 <G-taste>는 ‘어둠의 통로’를 통해 유통된 덕분에 이미 골수팬들을 대량 확보하고 있는 야가미 히로시의 작품이다(야가미 히로시는 <슬램덩크>와 함께 농구 만화의 한축을 이룬 <디어 보이즈>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 하지만 그의 ‘진짜’ 대표작은 바로 <G-taste>다).
<G-taste>의 장점은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흰 피부의 커다란 눈을 가진 ‘청초한’ 얼굴을 한 미소녀(물론 ‘쭉빵’ 몸매를 가진)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사원으로 혹은 간호사나 가정부로 분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이들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미 큰 인기를 얻어 피규어(figure, 나체상 혹은 인물상)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10만원을 호가하는 미소녀 피규어는 국내에서도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고.
첫화 주인공은 철봉이나 가드레일, 기둥 등에 ‘그곳’을 비비는 자극(영화 <몽정기>에서 소년들이 철봉에 매달리기를 즐겼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을 즐기는 야기사와 모에다. 그녀는 어딜 가든 ‘비빌 곳’만 있으면 서슴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능에 충실한 그녀는 흐느끼듯 흘러나오는 신음을 참는 일도 결코 없다. 첫화는 이런 야기사와를 엿보는 한 남성의 다소 음흉한 음성으로 시작된다. 그는 “아아아”, “흐흐흐”, “죽이는군” 등의 감탄사만 내뱉지만, 보는 이들은 마치 자신이 야기사와를 엿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자주 찢어지는 치마 덕분에 보게 되는 스타킹 장면- 옷 갈아입는 장면을 포함해 첫회에만 3~4번이 등장한다- 은 페티시 마니아들까지도 수용한다.
<G-taste>는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작품이라는 혐의가 짙다. 생각하기에 따라 변태적인 상상력이 많아 여성들에게는 거북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곳곳에 스며든 작가 특유의 코믹함이 이를 많이 분쇄시켜준다. 일본 성인만화의 진수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