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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 복이와요’ 공개녹화 방식으로 부활

코미디 삼국지

문화방송도 콘서트 형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합류했다. 1999년 한국방송이 <개그콘서트>의 문을 연 지 6년여 만의 일이다. 에스비에스는 이미 2003년 <웃음을 찾는 사람들>로 공개 녹화 방식의 코미디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개콘>이나 <웃찾사>처럼 공개 녹화를 거쳐 선별된 꼭지들만 방송하는 <코미디 쇼! 웃으면 복이 와요>가 지난 17일 첫 전파를 탔다.

전통적 콩트형식 벗되 풍자는 살려 개콘·웃찾사와 경쟁 출연자 교류도

기존 <코미디 하우스>의 주무기인 콩트 코미디에서 벗어나 ‘스탠딩 코미디’로 틀거리를 완전히 바꿨지만, 제목은 역설적으로 ‘퇴행’했다. 구봉서, 배삼룡 등 전설적 코미디언들을 낳았던 <웃으면 복이 와요>는 70~80년대 한국 코미디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69~85년 방송된 뒤 90년대 중반 재개했다가 얼마 뒤 종영됐다. 슬랩스틱이나 콩트 형식을 벗고 스탠딩 코미디로 거듭났지만, 다시 한번 코미디 전성기를 끌어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웃으면 복이 와요>의 신설은, 문화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의 혁명적 변화에 다름 없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콩트 코미디를 지양하고 대세를 이룬 스탠딩 코미디에 주력하게 된 것이 그렇다. 또한 코미디 프로의 문호 개방 성격도 짙다. 문화방송은 공채 코미디언들의 입김이 센 특유의 분위기가 있어온 까닭이다. <코미디 하우스>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도, 시청자들의 기호 변화 속도가 날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고전적인 콩트의 틀 속에서 인지도는 높지만 물린 얼굴들로 화면을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문화방송 소속이 아닌 코미디언들도 능력만 갖췄다면 얼마든지 코미디 프로에 진입할 수 있고, 방송 출연이 어느 정도 보장되던 공채 출신도 능력이 없으면 언제든 퇴출될 수 있게 됐다. 더욱 활발한 아이디어 경쟁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내용면에서는 문화방송 코미디의 전통이자 강점이랄 수 있는 풍자적 요소가 두드러진다. 스탠딩 코미디의 특성인 빠른 속도감을 활용하면서도 세태를 꼬집고 뒤트는 풍자를 유지한다. 이는 <개그콘서트>나 <웃찾사>와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첫 방송 첫 꼭지였던 ‘해병대 가족’에선 동요 <올챙이송>을 군가처럼 부르는 등, 왜곡된 군대문화의 가벼운 뒤집기를 통해 폭소를 끌어냈다. ‘생방송 뉴스데스크’ 꼭지는 얼마 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던 한 케이블방송 뉴스 엔지 사건을 모티프로, 진지하고 무겁게만 인식되는 뉴스를 패러디해 웃음을 자아낸 것이 포인트였다. ‘소꿉놀이’에선 오늘의 ‘아빠’들을 패러디해 감동을 선사했다. 가부장적인 아빠의 폭력을 조소하거나, 힘없는 실업가장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새롭게 바뀐 형식에 몸을 맞추면서도 알맹이는 문화방송이 강세를 보여온 부분을 강조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로 보인다.

한계는 <개그콘서트> <웃찾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드러난다. 이미 정점에 이른 틀거리를 뒤늦게 따라 나선 것이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냐는 의문이다. 실제로 전작 <코미디 하우스> 시청자들은 콩트 코미디의 전통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뒤늦은 출발이지만 새롭고 기발한 내용 개발에 성공한다면 얼마든지 기존 프로그램들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지하는 쪽도 적잖다.

그러나 <웃으면 복이 와요>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도 험해 보인다. 낯선 포맷에 눈이 익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면서 동시에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로 편성을 옮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영 지역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요구가 일고 있다. 17일 첫 방송의 가구시청률은 9.0%(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로 조사됐다. 이는 기존 <코미디 하우스>와 견줘 별 차이가 없는 수치다.

한편, <웃으면 복이 와요>의 등장으로 3사 코미디 프로그램 사이의 출연 장벽이 대폭 허물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지난 16일 밤 <웃으면 복이 와요> 공개 녹화를 끝낸 선후배 출연자들을, <개그콘서트> ‘신 동작그만’의 한상규가 찾아와 격려하고, <웃찾사> ‘희한하네’의 한현민, ‘컬투’가 응원했다. 방송사와 프로그램이 달라도, 코미디언들이 몇개의 동아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사 전속 코미디언들이 줄고, 기획사에 소속된 이들의 출연이 붐이다. <웃찾사>는 박승대의 ‘스마일 매니아’와 컬투 쪽이, <개그콘서트>는 ‘갈갈이패밀리’가 주요 출연자들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도 컬투 쪽 개그맨과 김경식과 같은 소속사의 서울예대 출신, 전유성이 대학에서 가르친 이들 등이 연기자로 나온다. 머잖아 이들은 방송 3사를 활발히 오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의 출연자 교류가 일부 있었고, <웃찾사> <개그콘서트>의 몇몇 제작·출연자가 <웃으면 복이 와요>로 옮겨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더 뛰어난 코미디를 볼 수 있게 될 것은 장점일 테지만, 부작용도 예상된다. 연기자들의 치솟은 몸값 탓에 발생한 드라마 제작의 왜곡 현상이 코미디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일어날 수 있다. 방송사간의 과열 경쟁은 제 발등을 찍는 일일 터다. 과열 경쟁에 따라 예상되는 선정성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형식 같아도 웃음은 달라요

최근의 코미디 전성기를 이끈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와 에스비에스 <웃찾사>의 대결은 엎치락뒤치락 여전히 치열하다.

시청률 조사기관 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를 보면, 올해 평균 가구시청률은 <웃찾사>가 23.3%로 <개그콘서트>의 21.4%보다 앞서가고 있다. 티엔에스미디어코리아의 가구시청률 조사에서도 <웃찾사>가 22.75%, <개그콘서트>가 21.85%를 기록했다. 오차 한계 등을 고려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주시청자층을 분석해보면 두 프로의 차이가 뚜렷해진다. <개그콘서트>의 나이·성별 시청률을 보면, 30대 여성이 18.4%로 가장 높게 나타나는 반면, <웃찾사>는 10대 여성이 17.5%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인다.(이상 티엔에스 조사)

주시청층의 차이는 방영시간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내용과 형식의 다름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우선 <개그콘서트>는 스탠딩 코미디의 틀 속에서 진행되지만, <웃찾사>보다 콩트적인 맛이 더 하다. 또한 대표적인 꼭지 ‘복학생’과 ‘봉숭아 학당’, ‘동작그만’ 등은 <개그콘서트>가 복고적인 소재로 차별화에 나섰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스탠딩 코미디를 먼저 시작했지만, 콩트와 슬랩스틱의 전통적인 요소를 적절히 섞어온 한국방송 코미디 프로그램의 흐름을 반영한다.

반면, <웃찾사>는 신세대적인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는 코미디를 구사한다. ‘희한하네’ 꼭지의 초현실적인 느낌이나, 리마리오·윤택의 독특한 캐릭터 등은 경쾌·발랄한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코미디로 구현한 것이다. 이는 의미를 크게 따지지 않아 풍자적인 맛은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방송 시간대도 목요일 늦은 밤을 택했다. 폭넓은 시청층보다는 특정 마니아들을 상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문화방송 <웃으면 복이 와요>는 콩트 코미디의 강세를 보여온 전통에 따라, 콩트가 담아온 패러디 요소를 강점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사의 코미디 프로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똑같은 형식 속에서도 다른 내용을 담아내는 것일 터다.

사진 문화방송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