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에 이어 EBS·SBS도 신설
지난해 방송된 <케이비에스스페셜> ‘도자기’ 의 한장면
바야흐로 ‘스페셜’의 시대다. 이달초 봄 개편에서 <이비에스 스페셜>을 신설한 교육방송에 이어, 에스비에스도 오는 7월부터 <에스비에스 스페셜>을 시작한다.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의 <스페셜>은 이미 10여년간 이름을 바꾸며 지속해왔다.
‘스페셜’의 원조는 아무래도 1994년 <일요스페셜>을 시작한 한국방송. 98년 <역사스페셜>과 99년 <환경스페셜> 등이 합세하면서 이른바 ‘3대 스페셜’이 구축됐다. 지난해 11월 <일요스페셜>은 <한국사회를 말한다>와 통합돼 <케이비에스 스페셜>로 거듭났다. 2003년 종영된 <역사스페셜>이 다음달 재개되면 다시 ‘3대 스페셜’이 복원된다.
공익적 이미지·다양한 부문 소화
문화방송은 96년 10월 <다큐스페셜>로 첫 전파를 띄웠다. 그 뒤 몇 차례 이름을 바꾸며 <엠비시 스페셜>로 이어졌다. 99년부터 6년간 이어져온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20일 <엠비시 스페셜>이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10월 기획 다큐를 편성하는 <심야 스페셜>도 꾸렸다. 여기에 교육방송과 에스비에스가 합류함에 따라 지상파 4사 모두 ‘스페셜’을 갖게 된 셈이다.
그런데 왜 ‘스페셜’일까? 가장 큰 까닭은 방송의 공익성이 강조되는 요즘 분위기다. 이를 통해 ‘공공에 복무하는 방송사’라는 이미지를 다잡겠다는 의도가 가장 크다. ‘스페셜’을 통해 다양한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섬으로써,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중심으로 과열된 시청률 경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뜻도 숨어있다.
또 하나는 ‘스페셜’이 담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여러 부문에서 각양각색의 아이템으로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도 ‘스페셜’로 포장하면 모두 방영이 가능하다. <케이비에스 스페셜>의 경우, 20명의 피디가 스페셜 팀에 소속돼 있으나 이들 외에 다른 부문 피디나 기자들도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조대현 <케이비에스 스페셜> 팀장은 “사내 제작 역량을 집중시켜 수준 높고 다양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취재2팀이 <케이비에스 스페셜>을 통해 방송될 경제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엠비시 스페셜>은 지금까지 팀 제작 다큐만 방영했지만, 앞으로는 ‘오픈 시스템’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7월 시작될 <에스비에스 스페셜>도 보도, 교양, 외주, 지역민방 등 4개 주체가 함께 힘을 모아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비에스 스페셜>도 크게 다르지 않다.
4사가 모두 갖게 된 ‘스페셜’은 방송사들이 저질 오락프로그램 등에 대한 면피용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편수가 많아지면서 아이템이 풍부해지고 내용도 다양해지는 한편, 품질도 좋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이 품질 아닌 시청률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이 또한 선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
선의의 경쟁으로 품질 제고 기대
최병륜 <엠비시 스페셜> 책임프로듀서는 “각 방송사의 스페셜이 선의의 경쟁에 나서면, 시청자들은 다양한 내용의 다큐를 선별해 볼 수 있게 되므로 일단 장점이 많다고 본다”며 “다큐멘터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작품성도 좋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방송 관계자는 “아무래도 시청률 경쟁으로 이어질 것 같다”며 “다큐멘터리가 선정적으로 흐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아이템으로 설익은 유행을 만들어내는 경향은 지양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