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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셜 ‘하루’ 평범한 일상에 깃든 특별한 감동

사랑·세월·죽음·희망 등 열쇳말에 우리네 삶의 진솔함이 숨어있었네

일상은 지루하다. 먹고 자고 일하는 끊임없는 반복이다. 그래도 삶은 지속한다. 누군가는 이별을 눈 앞에 둔 사랑을 어김없이 해내고, 또 죽음을 향해 가는 이들 곁에 있다. 어떤 이는 생의 밑바닥을 차고 일어서고, 긴 세월 묵묵히 땅을 일구며 마음을 비운다. 곧, 이 시대를 부지런히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에는 고요한 감동이 숨어있다. 17일 밤 10시 <이비에스 스페셜> ‘하루’에서 그 감동이 얼굴을 내어민다.

공영숙(34)씨는 엄마다. 자신이 낳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또 은석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은석이는 낯 모를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지 두달 만에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공씨에게로 왔다. 공씨는 다섯달 은석이를 사랑해주고, 지난달 25일 미국으로 떠나보냈다. 이별을 앞둔 위탁모의 사랑은 숭고했고, 다섯달 하루하루는 사랑이었다.

70여년 한 평생을 흙과 함께 살아온 노부부도 있다. 전남 담양군 무정면 서흥리의 최홍렬(76)씨 부부다.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몸을 뉘며 살아온 세월은 켜켜이 주름으로 기억된다. 자식들은 모두 짝을 만나 서울살이를 하지만, 노부부는 오늘도 소를 몰아 밭을 일구고 흙을 고른다. 노부부의 하루는 1년 같다.

충북 천안 ‘평화의 집’은 매일 삶과 죽음이 엇갈린다. 그 집 사람들은 “죽고 사는 것이 아무 것도 아닌데… 자고 일어나는 일과 같은데…”라고 되뇐다. 병원 원장 심석규(47)씨가 제 돈으로 꾸려온 호스피스 단체다. 죽음을 앞둔 환자 17명이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심씨가 돌보는 이들은 하루 해가 저물면 내일 또 다른 하루를 맞을지 알 수 없다.

서울 한 대학가에 포장마차가 있다. 2년전 부도를 맞은 정종일(48)씨가 새 꿈을 일구는 터전이다. 남부럽지 않은 사업가였던 정씨는 밑바닥에 이르러 다시 딛고 일어설 힘을 얻었다. “고비 없는 삶이 있겠냐만은 이젠 고비도 두렵지 않다.” 정씨는 다른 이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하루를 정리한다.

조혜리(24)씨는 뮤지컬 배우다. 아직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단역이지만, 언젠간 따뜻한 봄날을 맞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난 10일 두번째 뮤지컬 공연을 시작한 날의 하루는 무척 길었지만, 그에게도 두터운 외투를 벗고 알록달록 연분홍 치마를 꺼내입는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다.

지난달 말 봄개편 때 새로 짜인 <이비에스 스페셜>이 이 시대 보통사람 5명의 하루를 조명해 우리 삶의 모양새를 돌아보려고 기획했다. 위탁모의 사랑과 늙은 농부의 세월, 호스피스 봉사자에 비친 죽음, 포장마차 부부의 바닥, 그리고 뮤지컬 예비스타의 희망 속에 우리네 삶의 진실을 찾아볼 수 있다. 간간히 짧게 읊조리는 내레이션과 그들의 하루가 담긴 진솔한 독백이 조용한 성찰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