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역 근방에 자리한 일본 실험영화의 산실, 이미지포럼. 두개의 극장에선 언제나 작은 영화들이 상영되고, 그 위층엔 워크숍을 진행하는 교실과 사무실이 자리해 있다. 지난 3월4일부터 7일까지 이곳은 ‘한국 독립영화 2005’에 초청된 20여명의 한국인 게스트들로 꽤나 북적댔다. 이미지포럼의 도미야마 가쓰에 사장은 대규모의 손님들을 맞이해서 정신이 없을 법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건물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주변정리에 힘쓰곤 했다. 60년대부터 그렇게 일상적으로 일본의 실험영화를 지켜왔던 그의 넉넉한 품이, 젊은 감독들의 패기어린 도전에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 것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감독의 영화를 보기 위해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 포럼을 찾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도쿄는 원래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의식을 가진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다. 굉장히 세분화된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면서, 관심이 있는 분야는 꼭 챙기는 사람들도 많다. 아마 한국 독립영화가 아닌 다른 영화를 틀면 또 전혀 다른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다.
-한국 독립영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한국영화야 20여년 전부터 세계 3대 영화제를 통해서 봐왔지만 독립영화가 소개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요즘엔 주류영화와 마찬가지로 독립영화 역시 장르며 테마가 상당히 세분화된 것 같다. 섹슈얼리티부터 가정, 거대사회를 다루거나 일상성을 그리기도 하고, 급진적인 실험영화도 눈에 띈다.
-일본의 독립영화와 비교한다면.
=일본은 아주 옛날, 30, 40년 전부터 시나 소설을 쓰듯이 젊은이들이 카메라를 들었다. 그래서 일반 관객이나 해외영화제에서 소개될 기회도 많았고 이제는 꽤 공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한국 독립영화인들에게 조언이나 격려 한마디.
=젊었을 땐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진지한 고민은 늙어서도 할 수 있다. 내가 볼 때 가장 좋은 영화는 관객에게 ‘이런 건 한번쯤 꼭 만들고 싶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 표현력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떨어져도 그런 간절한 마음이 느껴지는 게 좋다. 기술이나 공간, 경제적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창의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년에도 이런 행사는 계속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만일 문화청에서 지원이 없어지더라도 힘들겠지만 계속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어떤 일이든 한두번 해봐서는 잘 모르는 일 아닌가.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 못지않게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의 팬들도 소중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