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15일 방영예정인 감성과학다큐 <사랑>(연출 송웅달 작가 김미지)은 남녀간의 사랑이란 감정을 과학으로 분석하는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다. 사랑에 빠지면 왜 예뻐지는지, 키스는 왜 흥분을 동반하는지, 사랑을 해본 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몸의 변화들을 첨단과학을 빌려 증명하고 있다. “흥미위주로 팩트 강한 사실을 밝혀내는 자체에 치중하고 싶지 않았다”는 송웅달 PD는 “사랑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선물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사랑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3년 방송위원회 기획부문 대상을 받았던 <사랑>은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1, 2, 3편이 전개된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영원한 이별을 하기까지 평생에 걸친 모든 사랑의 변화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드러나는 것. “다큐멘터리가 파헤친 하나하나의 결과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사랑을 이해할 수 있다”고 송 PD는 말한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총제작비 3억원 넘게 들여 1년6개월간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과학자 30여명과 함께 1년여에 걸친 실험과 분석을 거치고, 막 사랑을 시작한 초보 연인부터 오랜 세월을 함께한 노부부까지 국내외 114쌍 커플을 인터뷰했다. 또한 국내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고화질 HD촬영과 크로마키세트, 마이크로 촬영, 열 감지 카메라 등 다양한 장비들을 동원해 다큐멘터리의 사실성을 높였으며 화면 중간중간 드라마 기법을 삽입해 “감각있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완성시켰다.
이런 노력 끝에 다큐멘터리에는 흥미로운 기록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몇 가지 소개하자면 1부에 방영될 열정적인 사랑의 유효기간이다. 왜 처음 만나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일까를 고민한 제작진은 이를 위해 지난해 4∼11월 연애 100일째인 20대 연인 5쌍의 뇌를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로 촬영했다. 다큐에 나타난 결과에 따르면 사랑에 빠지면 뇌 안에서 러브 칵테일이라 불리는 화학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폭풍 같은 사랑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 이 물질은 900일이 지나면 없어지게 되고, 사랑의 열정이 식는다는 것.
2부에서는 배우자와의 몇회의 성관계가 몸에 좋은가에 대한 실험도 이루어졌는데 역시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제작진은 1주일에 한두번 성관계를 갖는 집단과 한달에 한번, 한달에 한번 미만의 집단을 10팀씩 골라 면역력을 조사했다. 결과는 1주일에 한두번 성관계를 갖는 집단이 면역력이 좋고, 스트레스와 노화방지도 뛰어나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커플을 대상으로 시차를 두고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한 뒤 시간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느냐의 실험도 <사랑> 다큐멘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결과다. “최대한 커플들의 세심한 변화들을 많이 관찰해서 보여줄 수 있는 쪽으로 촬영의도를 맞추었다”는 게 송 PD의 이야기다.
실험에 참가한 모든 커플은 지난 2004년 봄, 전국 10개 대학 캠퍼스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메일이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신청을 받았다. 남녀 커플이 중요한 대상인 만큼 이를 둘러싼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았는데 다큐멘터리에서도 밝히듯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기에 실험이 한창이던 커플이 헤어져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뒤에 다시 만났다며 다시 실험에 참가하고 싶다고 의사를 전한 커플도 많았다. 참가자들이 많아 표본을 구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2부 성관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땐 애를 먹기도 했다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랑을 과학적으로 접근한 이 시도가 사실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랑’은 이미 히스토리채널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같은 유수의 다큐멘터리에서 수십번은 더 파헤쳤던 단골소재다. 주관을 배제한, 과학적 사실에 기대는 이상 비슷한 결과들이 나오는 게 사실. 이 프로그램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클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를 즐겨보는 시청자라면 보고 또 봤을 내용들이 흐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가 높은 이유는 ‘감정적’인 사랑을 ‘이성적’인 과학으로 논하면서도 사랑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을 위해 사랑을 택한 것이 아닌, 사랑을 위해 과학을 택하고 있는 것. 이는 우리가 감성과학다큐 <사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송웅달 PD 인터뷰
“사랑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주길”
=어떻게 기획했나.
-초창기 <생로병사의 비밀>을 맡았었는데 제작여건상 질병 중심으로 좁혀지는 게 안타까웠다. <생로병사의 비밀> 중 비밀이라면 사랑이란 생각에 당시 정규아이템으로 준비했는데 자칫 흥미 위주로 가벼워질 것 같아 보류했었다. 그뒤 장기특집 기획안을 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2003년 방송위원회 기획부문에서 대상을 받았다.
=해외의 사랑 다큐멘터리가 즐비하다. 본 적이 있나.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작업하다보니 웬만한 건 다 봤다. 모두 훌륭한 작품이다. 공통점이라면 각자 분명한 선을 갖고 과학적 접근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팩트가 강한 반면 <사랑>은 한국적 감성에 맞췄다는 것이다. 해외 다큐물엔 사랑에 대한 자잘한 검사와 정보들이 많이 나온다. 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 우리 시청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 사람들에게서 직접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훨씬 현실감 있고 공감대가 형성될 것 같다.
=제작을 끝내고 사랑에 대해 달라졌나.
-사람들은 자신이 체험한 것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3부작 중 내가 경험한 것은 1부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초기에는 폭풍과도 같은 열정에 대한 가치를 좀더 높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오랜 사랑이 주는 행복과 풍요로움에 대해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어떤 것을 느끼길 바라나.
-사랑이라도 그 자체가 똑같은 것에 대한 얘기라고 볼 수 없는 것이 많다. 따라서 결국은 자기가 자기 삶에서 어떻게 사랑을 해나가는 게 좋은 것일까, 그걸 느꼈으면 한다.
1부 <900일간의 폭풍-사랑하면 예뻐진다>(3월15일 밤 10시)
사랑의 열정을 뇌과학으로 분석한다. 사랑에 빠지는 시간과 사랑의 유효기간 등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순간을 분석한다.
2부 <SEX 37.2°-사랑하면 건강해진다>(3월22일 밤 10시)
성에 대한 갈망을 의학적, 진화론적으로 풀어본다. 신체적 접촉, 키스, 성관계가 즐거운 이유 등 성에 대한 갈망을 의학적, 진화론적으로 풀어본다.
3부 <사랑의 방정식 5 대 1-사랑하면 오래 산다>(3월29일 밤 10시)
오랜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닮는 이유, 생리적 의존도는 얼마나 높인지 등을 뇌의학과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