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o Plympton, 1997년, 감독 빌 플림턴, 장르 애니메이션, (새롬) ‘교양있는 척하는 사람은 다 쏴버리고 싶다.’ 빌 플림턴의 장편 애니메이션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는 헤르만 괴링의 문구를 빌려온 다소 공격적인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그리곤 하늘을 날며 교미에 열중하다 위성 안테나에 부딪히는 오리와 그 안테나에서 발사된 레이저를 맞고 초능력을 부여받은 이상한 남자의 좌충우돌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미국 출신의 인디계열 애니메이션 작가 빌 플림턴의 <난 이상한…>은 감독 특유의 도발적이고 전복적인 상상력을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그의 무한한 상상력과 작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출시된다.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2>. 비디오 출시명 때문에 이 영화가 전작의 속편쯤으로 제작되어 주인공이었던 이상한 남자, 그랜트가 또다시 등장할 거라 기대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신 그랜트보다 더 이상한 남자, 빌 플림턴이 직접 등장한다.
영화 <난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2>의 원제는 ‘몬도 플림턴’(Mondo Plympton). <뉴욕타임스>나 <롤링스톤> 같은 미국의 유력한 저널의 카툰작가로서는 물론이고, MTV와 각종 CF, 그리고 여러 영화제에 소개되었던 많은 단편들을 통해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빌 플림턴이 자신의 출생과 성장,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하는 작품이다. 그에 따르면 플림턴은 히틀러가 죽은 지 정확히 1년이 되는 역사적 시기에 태어났으며, 어린 시절 만화 <대피 덕>을 본 뒤에 인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12살 때 학교에선 이미 그를 에로만화가라 불렀으며 14살에 디즈니에 작품을 보냈지만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후 그의 개성있는 작품들이 88년, 오스카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성과를 이루면서 본격적인 영화작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 <난 이상한…2>에서는 그의 초기작부터 시작해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CF 등을 포함해 40여편 이상의 단편들이 소개된다. 그를 유명세의 반열에 올려놓은 ‘담배를 끊는 25가지 방법’, ‘키스하는 법’, ‘플림툰’(Plymtoons) 등을 비롯하여 실사로 촬영한 ‘J.Lyle’, 그리고 그 당시 기획중이었던 영화 <나는 이상한…>까지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셀애니메이션과 실사를 넘나드는 빌 플림턴의 작품세계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신체를 변형하고 왜곡하는 방식으로 인간사회의 고루한 고정관념과 허위의식들에 대해 통렬하게 비웃고 냉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 <나는 이상한…2>는 도발적인 상상력과 섹슈얼리티를 표출하는 플림턴의 다양하고 오래된 영화세계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정지연/ 영화평론가 woodyalle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