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현장출동…시사고발 원조 군사정권에 무릎꿇은 아픈 역사도
한국방송 제2텔레비전의 시사프로그램 <추적60분>이 16일 방송 700회를 맞는다. 1983년 3월5일 일요일 ‘한국판 몬도가네’로 방송을 시작한 이래 86년부터 8년여 공백기를 거쳐 94년 재개돼, 햇수로는 16년이다.
첫 방송에서 현장을 밀고 들어가는 카메라의 흔들리는 화면과 뒤편에서 흘러나오던 놀라운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때는 80년대였고, 사회감시는커녕 ‘어용’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방송의 색다른 일면이었기 때문이다.
엄혹한 정치 상황에서 한계가 자명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 다룬 아이템이 주로 사회 고발인 것도 그런 까닭이다. 80년대 중반엔 대학생 운동권을 공격하는 내용을 내보내기도 했고, 96년엔 입북한 한총련 학생들을 담은 당시 안전기획부의 테이프를 그대로 가져다 방송해 말썽이 되기도 했다. 이는 독재 정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자, 정권에 굴종하던 방송사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피디들은 이에 항의해 제작 불참으로 맞선 적도 있었다. 방송에 미치던 외압이 상당하던 때라, 신앙촌 관련 아이템과 쌍용그룹 비자금 사건 고발이 불방됐던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다. 본격적으로 정치 이슈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후반부터였다. <추적60분>의 역사가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추적60분>이 남긴 공적은 작지 않다. 심층 취재를 시작했다는 것이 그 하나다. 이로써 피디 저널리즘이 싹을 틔웠고, 보도국과의 경쟁이 벌어지다 보니 사실 보도에 더 충실하게 된 결과를 낳았다. 방송 초기 초상권 문제가 발생해 모자이크 처리를 처음 시작한 것도 <추적60분>이었다.
이렇게 83년부터 지금까지, 독재정권부터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지나며 <추적60분>은 한국 방송사에 뚜렷한 공과 과를 남겼다. 독재정권의 외압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던 초기부터 상당한 민주화를 이룬 오늘날까지 무엇을 추적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 지가 16, 23일 방송될 특집 <추적60분>에서 진솔하게 펼쳐진다.
16일 밤 11시5분 방송될 제1부는 ‘22년간의 기록-시대를 말한다’이다. 그동안 <추적60분>이 기록해온 시대상을 큼직한 이슈별로 정리해 분석하고, 방송 뒤 사건 당사자들을 추적해본다. 거스 히딩크와 김대업씨, 정형근 의원 인터뷰가 공개된다. 대통령 탄핵사태 1돌을 맞아 지난 16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한다.
23일 방송될 제2부 ‘추적60분을 추적한다’에서는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차마 방송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