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가 1831년에 발표한 <파리의 노트르담>은 인간의 마음 안에 도사린 천사와 악마를 발견해낸 소설이다. 추하게 찌그러진 외모의 꼽추 콰지모도, 검은 피부와 순결한 심성을 지닌 집시여인 에스메랄다, 천국에 도달하려다 지옥에 떨어지고 마는 사제 프롤로. <파리의 노트르담>의 꼭지점을 이루는 이들은 거대한 노트르담 성당을 또 다른 축으로 삼아 사랑과 질투가 뒤섞인 격정적인 드라마로 많은 예술가들을 매혹해왔다. 만들어진 영화만 70여편에 이르는 영감의 원천. 그리고 이번엔 뮤지컬이다.
1998년 파리에서 초연된 <노트르담 드 파리>는 6년 동안 11개국에서 공연하며 사랑받았고 열두 번째 나라로 한국을 선택했다. 디즈니가 제작한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에 비해 비극적인 원작에 충실한 편. 노트르담 성당의 사제 프롤로는 성당 앞에 버려진 갓난아기 콰지모도를 종지기로 키운다. 불구일 뿐만 아니라 얼굴도 흉한 콰지모도는 프롤로를 부모로, 종들을 연인으로 여기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아름다운 에스메랄다가 나타나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프롤로는 자신에게 정욕을 불러일으킨 에스메랄다를 저주하면서 그녀가 사랑하는 근위대장 페뷔스를 칼로 찌른다. 에스메랄다를 사랑하고 있는 콰지모도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를 구해 죄인들의 피난처인 노트르담 성당으로 데려오지만, 그곳은 프롤로의 영역이기도 하다.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노트르담 드 파리>는 복잡한 의상과 무대를 생략하는 대신 자유를 선택했다. 이방인들의 지도자 클로팽이 리드하는 <광인들의 축제>는 무대 뒷면을 꽉 채우며 변화하는 벽앞에서의 군무와 함께 박동소리가 들리는 듯한 힘찬 한때를 만들어낸다. 페뷔스의 약혼녀 플뢰르와 에스메랄다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같은 남자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태양처럼 눈부시네>, 내레이터 역할을 하는 시인 그랭그와르가 공연 처음 선창하는 <대성당의 시대>, 에스메랄다가 스페인을 추억하는 <보헤미안> 등도 명곡. 석상 가고일과 세개의 커다란 종, 공사장에서 발판으로 쓰는 비계 등을 활용해 미니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연출한 무대 또한 인상적이다. 다만 각색의 묘미는 크지 않다. <오페라의 유령>이 다소 느슨한 원작의 구조를 팽팽하게 압축한 것과 달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방대한 소설을 에피소드로 끊어 나열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