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은 여러모로 스티븐 킹의 <미래의 묵시록>(The Stand)을 연상케 한다. 배경인 1930년대는 대공황과 최악의 기후가 미국을 휩쓸던 시기니 슈퍼 독감으로 전 인류가 사멸한 <미래의 묵시록>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이들 모두의 이야기를 꼼꼼하게 들려주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이 멀리 떨어져 있는 서로를 향하여 서서히 다가간다는 전개도 그렇다. 하지만 <카니발>을 어떤 한 작품의 닮은꼴 정도로만 보는 것은, 이 작품의 굉장한 잠재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적어도 첫 시즌만을 본다면, 선은 과연 진짜로 순수한 선인지 알 수 없고, 악으로 설정된 인물 역시 관객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카니발>은 일반 극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는, 굵직한 스케일의 TV시리즈를 제작해온 HBO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대작이다. 그러나 단순히 물량만으로 승부하는 작품만은 아니다. 선이 선 같지 않고 악이 악 같지 않은, 기존의 고정관념에 대해 하나하나 반론을 제기하는 내용으로 가득한 이 놀라운 드라마는 우리의 의식 저편에 깊숙이 감추어진 본질적인 불안감을 이끌어내면서 관객을 평범한 일상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마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한 <트윈 픽스>라고 하면 조금은 그 특별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카니발>은 또한 ‘아무나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신체 훼손은 기본이고 동성애, 성기 노출 등의 파격적인 장면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사회적, 반종교적 묘사도 있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DVD가 아니면 결코 접할 수 없는 작품이다. 하지만, 온갖 파격과 뒤틀린 설정으로 점철된 이 드라마의 중독성은 그만큼 강력하다. 일단 한번 보기 시작하면 밤을 새서라도 디스크 6장을 전부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만은 보장한다. 자, 미스터리와 음모로 가득 찬 이 유랑극단의 여정에, 당신도 동참해보지 않겠는가?
첫 시즌의 열두 에피소드를 담은 DVD의 퀄리티는 작품 자체만큼이나 만족스러운 편이다. 아나모픽이 지원되는 화면은 작품의 특성상 빈번하게 등장하는 어두컴컴한 장면도 비교적 잘 보여주며, 밝은 장면은 뛰어난 투명도로 재현한다. 사막의 황량함을 깊이있게 전달하는 갈색 위주의 컬러도 발색이 훌륭하다. 5.1채널 사운드 역시 사방을 휘감는 모래 폭풍이나 동굴 속의 반향을 실감있게 들려주어 웬만한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않다. 스페셜 피처로는 짤막한 메이킹 필름과 일부 에피소드의 오디오 코멘터리가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