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치 방송 콜라광고와 다름없어 전체 45분 중 광고현장 10분 넘어
연예정보 프로그램인가? 상품 광고 방송인가?
상품은 코카콜라, 모델은 댄스그룹 신화, 광고 시간은 장장 3분…. 문화방송 <섹션티브이 연예통신>이 특정 상품 광고와 다름없는 방송을 내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9일치 방송에서 신화의 광고 촬영 장면을 방영하면서다. 광고 모델인 연예인 스케치를 하면서 특정 상품의 로고 등이 노출되는 일은 그간 끊임없이 있어온 일이나, 이번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날 <섹션티브이>는 서울 양평동 한 음식점에서 신화가 광고를 찍는 장면을 3분40초 동안 내보내면서, 코카콜라 병과 로고 장면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 노출 횟수는 10여차례 반복됐지만, 모자이크 처리된 것은 마지막 단 한 차례뿐이었다. 한술 더 떠 리포터는 “무슨 광고를 찍느냐”고 묻고, 한 멤버는 “우리가 즐겨먹는 음료수 콜라시에프예요”라고 답했다. 6명의 멤버들이 제각각 붉은 색 상품 로고가 그대로 보이도록 양손에 음료수 병을 들고 잡담을 하는 장면은 광고보다 더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앞서 정우성·장동건·전지현이 ‘지오다노’ 옷 광고를 찍는 장면도 3분40초 동안 내보냈고, 뒤이어 영화배우 조승우가 녹차 음료 광고를 촬영하는 것도 3분10초 동안 방영하면서 음료병의 모습을 5차례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냈다.
이로써 이날 전체 방송시간 45분 가운데 특정 상품 광고 장면이 10분 이상을 차지했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인지 상품 광고 방송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나머지 시간도 문화방송의 드라마 <슬픈연가>와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홍보하거나 영화 홍보 수준의 배우 인터뷰로 채워져, 정보의 질은 따질 필요도 없었고 짜임새도 형편없었다.
지난달 23일 방송분에서도, 영화배우 문근영과 전도연의 화장품 광고 장면과 공유·이완의 인터넷통신 광고 촬영 현장 등 세꼭지가 광고 촬영 장면이었다. 문근영 꼭지에선 “립그로즈”라는 광고 카피를 여과없이 드러냈고, 리포터들은 하나같이 “어떤 시에프냐” “시에프 컨셉트가 뭐냐” 를 물어, 광고주의 광고 의도까지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과감함까지 보였다. 지난 2일 방송분도 다르지 않았다. 건강음료 광고 모델인 탤런트 권상우가 “건강미 넘치는 음료수”라는 광고성 발언을 하는 한편, 상품 로고를 5차례 정도 노출한 반면 모자이크 처리한 것은 세차례에 불과했다.
그간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도, 연예인에 대한 홍보와 찬사, 스캔들, 가십의 ‘종합 전시장’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젠 연예인들이 모델로 활동하는 특정 상품까지 광고해주는 꼴이 됐다.
이에 대해 연출자 노창곡 피디는 “제작시간 문제로 모자이크 처리를 미처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상품이 화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원칙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이며, 앵글을 잡을 땐 최대한 상품이 들어가지 않도록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코카콜라 꼭지’를 연출한 박현석 피디는 “(모자이크 처리가)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방송 심의실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광고 촬영할 때 의도적으로 (제작진을) 불러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방송이라도 사전제작된 부분은 사전 심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간 관계상 못 하는 경우가 많고, 사후 심의를 강하게 해 징계처분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