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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솔직한 토크쇼, <이문세의 오아시스 35분>

시청률 낮지만 잔잔한 호평

새로운 형식의 정통 토크쇼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때 붐을 이뤘던 토크쇼가 침체되어 있는 요즘, MBC <이문세의 오아시스 35분>(이하 <오아시스>)가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 지난 2월18일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은 아직 3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아시스>는 진행자인 이문세와 게스트 단 둘이 35분 동안 프로그램을 이끌어 나간다. 각계각층의 최정상 명사에게 그들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좌절과 고난, 역경 등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봄으로써 시청자에게 재미와 희망과 용기를 주겠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연예인들이 게임을 하거나 흥미 위주의 말잔치를 벌이는 다른 프로그램과는 달리 솔직하고 깊이있는 내용으로 채워지는 것이 <오아시스>의 장점이다.

물론 방송 초반이기 때문에 시청률 면에서는 크게 부각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청률은 대략 8%대. 10%도 채 안 되는 낮은 수치이지만 이전에 이 시간대의 시청률이 5%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아시스>에 대한 높은 반응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첫 방송 이후 방송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 신선하고 좋았다”, “진행자 한명과 게스트 한명의 토크만으로 진행되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가식과 과장에서 벗어난 솔직하고 여운이 남는 프로그램이다” 등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게스트는 최민수, 양현석, 박경림. 이번주에 방송되는 4회분에는 영화 <말아톤>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승우가 출연할 예정이며 다음 회에는 강제규 감독의 출연이 확정되어 있는 상태다. 담당 연출자인 여운혁 PD는 “아직은 초반이라 시청자가 관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연예인 위주로 섭외를 하고 있다”며 “좀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자리를 잡으면 스포츠 스타든 사업가든 다양한 분야에서 뭔가를 이뤄낸 사람들을 출연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앙드레 김이나 박주영 선수 등도 섭외 후보에 올라 있는 상태라고.

일반 쇼 오락 프로그램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지만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직접적이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것도 <오아시스>의 장점 중 하나다.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진행되는 ‘99초 파워인터뷰’는 10개의 질문에 게스트가 YES or NO로만 대답해야 하는데 곤란해할 만한 질문 내용도 담겨 있다. 본격적인 토크에 들어가면 똑같은 질문을 미리 시청자에게 설문조사한 결과와 비교하면서 게스트의 부연설명을 듣는다. 일단 10개의 질문을 통해 그 인물에 대한 핫이슈를 제시해 시청자의 관심을 끈 뒤 게스트가 직접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형식인 것. “곤란한 질문에 대해 게스트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했을 때 프로그램이 빛난다”는 게 여 PD의 말이다.

<오아시스>의 독특한 구성과 이색적인 카메라워크도 신선함을 안겨준다. 세트 안에 모니터를 두고 진행자와 모니터에 비친 게스트를 한 화면에 보여준다든가 대화 내용과는 상관없이 인물의 손 등 다른 신체 부위를 카메라에 잡는 식이다. 심지어 최민수 편에서는 진행 도중 최민수가 “담배 한대 피우면서 쉬고 하자”고 제안해 두 사람이 자리를 뜨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이런 형식을 처음 접한 시청자들은 어색하고 낯선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여 PD는 “일종의 거리두기”라고 말한다. 진행자와 게스트를 한 화면에 보여주는 것은 한 사람이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반응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다른 장치들은 궁극적으로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너무 빠져들지 않고 내용을 다시 생각하면서 객관화시키기 위한 기제라고. 박경림이 프로그램 도중 우는 장면에서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잔잔한 배경음악을 넣을 텐데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과장하거나 극대화시키지 않고 음악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것도 그런 의도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오아시스>에서 진행자인 이문세의 솜씨도 돋보인다. <오아시스>는 패널이나 방청객도 없고 특별한 코너도 없이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시종일관 얘기만 나누는 평면적인 형식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진행자의 역할. ‘골든 마우스’라 불릴 정도로 입담과 재치 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해온 이문세는 오락적이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진지한 토크쇼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설사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도 칭찬받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던 이문세는 실제로 대단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조승우의 경우 직접 섭외에 나서기도 했고 게스트에 대한 자료도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게 챙겨본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이문세의 자극적인 언어 사용과 권위적인 태도, 게스트와의 친분 과시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방송 초반의 시행착오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아직 <오아시스>의 성공을 점치기는 이르다. 다만 신변잡기식 토크쇼에서 벗어나 출연 인물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알차고 품격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봐도 좋을 듯하다.

여운혁 PD 인터뷰

“정보나 감동보다는 재미를 주고 싶다”

- 그동안 <코미디하우스> <목표달성 토요일>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 오락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했는데 <이문세의 오아시스>는 교양 프로그램의 성격도 있는 것 같다.

= <오아시스>를 교양 프로그램으로 보는 건 싫다. 시골 마을회관에서 노는 것 같은 분위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건 교양이 아니라 오락이다. 그 속에서 얻어가는 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단지 시간 때우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배울 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부러 어떤 정보를 주거나 감동을 주고 싶지는 않다. 편하게 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다.

- 게스트가 질문에 곤란해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촬영 전에 미리 협의하지는 않는지.

= 상황에 따라서 질문 중 일부를 미리 알려줄 때도 있지만 협의해서 조정하는 건 아니다. 박경림 편부터 다음 출연자에게 질문을 하는 릴레이 질문을 만들었는데 그건 미리 알려준다. 질문에 대해 불편해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직접적으로 답변을 거부하거나 문제삼은 게스트는 없었다.

- 진행자로서의 이문세를 평가한다면.

= 경력이 있기 때문에 진행 자체는 완벽하다. 여러 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이문세씨 정도면 게스트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안정적일 것 같았다.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운데 본인 욕심이 많다보니 아직은 힘이 많이 들어가 있다. 오히려 힘을 좀 빼줬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과제는.

= 시청률이 적어도 10%는 나와야 예능 PD로서 면목이 설 것 같다. (웃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에 대해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뜬금없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연예인 X파일’ 보고 참 씁쓸했다. 연예계를 그렇게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기분이 나빴다. 지금의 인기보다는 자기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고생을 알고 밑바닥 삶을 이겨낸 사람들을 불러내고 싶다. 연예인들이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