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채널 3월12일(토) 밤 10시
영화를 통해 하늘도 날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현실에선 절대 존재하지 않을 미남미녀들과 나누는 멋진 로맨스 등을 꿈꾼다고 하지만, 에로틱 장르에서만큼은 ‘나와 다르지 않은 현실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서양 여성들의 넘실대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 풍만한 엉덩이가 국내 팬들에겐 그리 어필하지 못한다. 오히려 조금 작지만 내 애인과 닮은 모습이 인기가 있다. 이는 여성 팬들보다 남성들이, 젊은층보다 노년층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 성인채널의 한 관계자는 “여성들은 줄거리가 강한 서양 에로물을 선호하지만, 40, 50대 남성들은 ‘지루하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미드나잇채널이 3월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아시안 파라다이스-타이 에로 특선’은 무조건 벗고 뒹굴기만 하는 국산 16mm에로물에 점점 식상해져가는 이들에게 희소식이다. 아시아 성인물은 서양 에로물만큼(혹은 그보다 더!) 선정적- 모자이크 없이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이면서도, 비교적 ‘아담한’ 출연진들 때문에 서양의 ‘쭉빵’ 미남미녀들에게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오는 3월12일 방송될 <고스트 호텔>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고스트 호텔>은 사고 때문에 젊은 부인과 잠자리를 갖지 못하는 남자의 러브스토리다. 남편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부인은 밤마다 다른 남자를 갈망한다. 어느 날 출장을 떠난 남편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이를 모르는 부인은 호텔 투숙객인 젊은 남성과 관계를 갖는다. 부인을 잊지 못한 남편이 영혼이 돼 호텔을 찾아오지만, 그곳엔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만 있을 뿐이라는 이야기는 충분히 눈물겹지만, <고스트 호텔>의 진짜 묘미는 섹스에 목마른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섹스신에 있다.
사실 <고스트 호텔>은 여성의 교성에 많은 비중을 두는 한국과 일본의 에로물과 매우 다르다. 여성의 신음 대신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섹스신에 맞춰 흐르기 때문. 이는 인도, 홍콩, 타이 등지에서 제작되는 대부분의 에로물들이 갖는 특징이다. 이들 에로물은 남성의 ‘죽여주는’ 기교에 ‘막 죽을 듯한’ 신음소리를 내는 여성의 ‘미칠 듯한’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대신 전체적인 분위기 혹은 체위를 잡아낸다. 등에서 허리를 거쳐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선의 아름다움, 손의 움직임, 뒤섞이는 다리의 절묘한 섹시함은 화면을 살색으로만 도배하는 국산(혹은 일본산) 에로물들이 갖지 못한 어떤 기품마저 갖는다. (신음소리 때문에) 시끄럽지도 않아, 오롯이 영상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