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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동심, 수줍어도 괜찮아, <파송송 계란탁>의 이인성
사진 정진환김현정 2005-03-10

올해 열살이 된 이인성은 <파송송 계란탁>에서 가졌던 이름 인권이 무엇인지 모른다. 오디션에서 전인권의 <돌고 돌고 돌고>를 열창해서 박수를 받았다지만 그건 지정된 노래 세곡 중에서 가사 외우기가 가장 쉬워서였다. “전인권 모르는데… 노래는 잘 못해요.” 곧이곧대로, 나오는 대로. 영악한 요즘 아이들과 다르게 아래쪽만 쳐다보면서 대답하는 이인성은 자연스러운 점이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했다는 오상훈 감독과 임창정의 소감에 고개가 끄덕여지도록 만들었다. 내성적인 이 아이가 시키지 않아도 떠들 때는 영화와 관계없이 애니메이션 <이누야샤> 이야기를 할 때뿐이었다. “<이누야샤> 5기까지 다 봤어요? 2기밖에 못 봤어요? 나락이 이제는 모습 안 바꾸고요 되게 멋있게 나와요.”

친구들에게는 방영 중인 TV드라마 <봄날>의 쫑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이인성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역전의 명수>에 단역으로 출연한 다음 <파송송 계란탁>에서 소아암으로 죽어가는 인권으로 출연했다. 헛된 꿈을 좇아 엄마와 자기를 버린 아빠에게 국토종단여행을 제안하는 어른스러운 꼬마. 인권보다는 훨씬 아이다운 이인성은 인권처럼 속내를 감추는 면도 있어서 눈물 흘릴 때는 무슨 생각하는지 묻자 스파이더맨 시계만 만지작거리며 “그건 말 못해요. 우리 엄마한테도 말 안 해줬어요”라며 말끝을 흐린다. 그저 제일 힘들었다고만 했다. 연기학원 다니며 갈고닦은 아역배우들과는 출발부터 달랐던 이인성은 그저 “창정이 삼촌”이 얼마나 재미있게 해줬는지만 숨김없이 들려주었다. 어른들 앞에서 노래부르는 장면도 재미있었고, 콩구워 까먹는 장면도 재미있었고, 그런데 학교 갔다가 조퇴하고 집에 갔다가 다시 촬영하러 가는 건 힘들었다는 아홉살 꼬마. 요즘은 <봄날> 촬영지인 비양도까지 조그만 배를 타고 가는 일이 재미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면 귀가 아파요. 그런데 지난번에 작은 배를 탔는데요, 바닷물이 이만큼 올라와서 파도가 엄청 크고, 배가 이리갔다 저리갔다… 그래도 나는 안 무서워요.”

<봄날>에선 섬마을 꼬마고, <파송송 계란탁>에선 아픈 아이여서, 제대로 귀엽게 보이지 못했던 인성은 길거리에서 캐스팅돼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카메라를 든 누군가가 노랗게 머리 물들인 네살짜리 꼬마가 귀엽다며 사진을 찍어갔고, 그 얼마 뒤에 잡지모델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아동복과 패션쇼 모델을 거쳐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건 여섯살. 아동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성이 엄마는 아이를 연기학원에 보내는 대신 지방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거나 단편영화에 출연시켜 연기를 몸에 익히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이인성은 곧잘 연기하는 게 재미있고 좋다고 한다. 힘들 때는 오디션 받으러 가기 싫은데 그래도 지금은 좋다고.

인성은 <봄날> 촬영이 끝나면 새로운 과목이 생기는 3학년 과정에 대비해서 얼마간은 연기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갸름하게 커다란 눈이 강동원을 똑 닮은 인성은 힘든 촬영 때문에 또래 아이들처럼 통통한 볼살도 없다. 어른에게만 휴식이 있을까. 인성이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면서 토실해질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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