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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세일즈 감독의 인간 보고서, <림보>
2005-03-04

존 세일즈의 땅과 인간은 중심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그는 매번 미국과 현대사회에 대한 가장 충실한 보고서를 완성한다. 텍사스 사막, 플로리다 개발지, 아일랜드의 섬, 남미의 입양기관 혹은 밀림. 그 어떤 변방을 찾든지 간에 그는 인종, 계급, 권력, 가족, 자본 같은 주제의 핵심을 좀체 놓치는 법이 없다. 알래스카의 무인도에 갇힌 한 남자와 모녀의 이야기인 <림보>는 ‘궁지’와 ‘믿음’에 관한 영화다. 혹시 자연과 섬과 가족이 등장한다 해서 전작 <로운 이니쉬의 비밀>을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림보’는 지옥과 천국 사이의 공간을 말하며, 극중 강을 거슬러올라가는 연어는 림보에 놓인 인간의 메타포다. 천국과 지옥, 삶과 죽음 그리고 믿음과 불신의 경계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인간을 바라보면서도 <림보>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진 않는다. 우리가 발을 내딛는 모든 곳이 믿음과 관계의 복원 가능성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임을 말할 뿐이다. 그래서 갑작스런 결말을 본 뒤 영화의 시작으로 돌아가 반목을 거듭하는 인간 군상을 보게 된다. 여러 번 음성해설을 맡았던 감독답게 존 세일즈는 <림보> DVD에서도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준다. 다만 제작과정과 상황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며, 주제는 후반부에 간략하게 언급된다(아쉽게도 한글자막은 지원되지 않는다). ‘영화음악과 함께 영화보기’란 낯선 이름의 부록이 있다. 주연과 노래를 겸한 메리 엘리자베스 매스트란토니오의 맑은 목소리가 흘러나올 동안 해스컬 웩슬러의 영상을 감상하는 맛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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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ib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