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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현대인의 영혼을 만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전>
2005-03-04

2월14일∼3월16일ㅣ쥴리아나갤러리ㅣ02-514-4264

현대인의 초상은 ‘외로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광장’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들로 그들은 외롭다. 좀처럼 뭉쳐질 수 없는 모래알과도 같다. 그래서 그들의 긴팔은 더욱 야위어가고, 내장을 담고 있는 원형의 몸통과 볼품없는 몸뚱이가 차지하는 면적 또한 좁아지며 하늘로만 맞닿아간다.

고독한 현대인의 단상을 가장 인상 깊게 담아낸 작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66). 자코메티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철저한 고독감과 비애, 휴머니티를 현실적으로 잘 대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스위스 태생인 그는 1920년대 초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와, 세계 제2차대전 중 3년 반 정도를 스위스에서 보낸 것을 제외하고는 죽을 때까지 파리에서 살며 작업했다고 한다. 당시 유럽의 심장부에서 살았던 그의 예술세계는 바로 역사적인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게 된 셈이다. 이런 경험은 작품에서 극도로 절제되어 마치 ‘복잡하면서도 자연적이고 동시에 운명적인 개성’을 창조하는 데 큰 영향으로 작용한다. 결국 작품에 드러난 ‘앙상한 형태의 인물상’들은 제2차대전의 비극과 포로수용소의 공포를 여실히 투영하고 있으며, 마치 캡슐에 갇혀 부서지거나 깨지기 쉬운 인간 본연의 기본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그들은 죽은 사람보다,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 가볍다. 내가 부지불식간에 가는 실루엣처럼 다듬어 보여주려는 것이 그것이다. 그 가벼움 말이다.” 조각가로 널리 알려진 자코메티는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미술사에서 조각과 페인팅, 드로잉에 이르는 폭넓은 예술영역을 섭렵한 예술가 중 한명이다. 특히 그의 평면작품들은 인간의 숭고함을 작은 그림 안에 일반화시키며, 자코메티적인 생각을 이론적 방식으로 귀결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자코메티전인 이번 전시엔 그의 오리지널 판화작품 15점(Lithographi Originale)을 만나볼 수 있다.

김윤섭/ 월간 <아트 프라이스> 편집이사·미술비평